Q. 얼마전 다가오는 설날을 준비하기 위해 동네 마트를 찾았습니다. 대형 마트에서 샀는데 빠진 게 있어서죠. 음식 재료 가격은 1만원이었으나 신용카드에 대해서는 1% 청구할인이 적용돼 9900원으로 살 수 있었죠. 그런데 값을 내기 위해 신용카드를 꺼내자 슈퍼주인이 현금결제 땐 가격을 깎아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중에 현금이 없어 신용카드로 살 수밖에 없었는데 슈퍼주인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가격을 깎아줄 수 없다고 했죠. 할 수 없이 할인을 포기하고 신용카드로 음식 재료를 샀는데 슈퍼주인이 현금으로 사면 물건 값을 깎아주고 신용카드로 사면 물건 값을 올려 받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카드사·고객·가맹점 ‘신용카드 3당사자’

많은 경우 현금으로 결제하면 좀 더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죠. 설날이 다가오는 경우에는 쓸 돈이 많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더욱 많이 쓰죠. 그럼 위의 예처럼 현금 결제와 카드 결제시의 가격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예요. 가맹점 수수료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드시장의 구조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카드시장은 카드사, 가맹점과 고객의 3당사자로 이뤄져 있죠. 카드사는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예컨대 백화점, 극장, 음식점, 슈퍼 등)을 모집해요. 고객이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를 쓰면 가맹점은 해당 거래의 매출전표를 신용카드사에 제시하며 카드사는 카드회원을 대신해 가맹점에 결제대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고객으로부터 결제대금을 납입받아요. 카드사는 가맹점에 지급하는 결제금액을 은행차입 또는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하죠. 카드사는 카드 소지인들에게 연회비를 받고 가맹점들에는 결제건마다 수수료를 받아 비용을 충당하고 수익을 남기는 시스템이죠. 그러나 카드사는 고객에게 연회비 면제 혜택을 주거나 포인트를 적립해주기 때문에 실제 카드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은 거의 없죠. (위의 사례는 그래픽 참조)

◆카드사의 부가혜택-가맹점의 수수료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대부분의 신용카드 사용자들은 카드할인 등의 부가혜택을 누리죠. 카드사는 왜 회원에게 부가혜택을 제공하는 것일까요. 시장에는 많은 카드사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연회비를 면제하거나 할인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만약 어느 카드사가 고객혜택을 줄일 경우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죠.

실제 신용카드 사용자들은 다양한 목적에 따라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보유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골라서 사용하고 있어요. 설, 추석과 같은 명절처럼 지출이 늘어나는 경우에는 카드 부가서비스를 더 꼼꼼히 따져 사용하죠. 따라서 높은 연회비를 받거나 부가서비스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카드사는 카드회원을 잃고 말 것입니다. 결국 카드사는 카드회원에게 제공하는 부가혜택을 줄이기 어렵게 되죠.

한편 물건을 팔아야 하는 가맹점은 고객들이 다양한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 사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기 어려워요.

또한 현행법상 가맹점은 카드결제를 거부하거나 수수료가 높은 신용카드는 받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죠. 가게주인이 현금구매시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해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금지돼 있어요.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처벌받아요. 결국 가맹점은 신용카드를 받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죠. 카드사는 굳이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 줄 이유가 없으며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담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맹점 수수료만 인하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어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려 하지 않겠죠.

◆대형 가맹점엔 더 ‘낮은 수수료’?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과 슈퍼, 음식점 등 중소가맹점 사이에는 왜 수수료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돈을 많이 버는 대형 가맹점이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할 것처럼 보이지만 대형 가맹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반면 중소 가맹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요. 카드사 입장에서 살펴보면 대형 가맹점은 결제금액이 매우 클 뿐 아니라 거래건수도 많아요. 결제금액에 관계없이 결제 건마다 소요되는 비용은 동일(다만, 결제금액 할인은 결제규모에 따라 커질 수 있음)하기 때문에 결제금액이 크면 클수록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로 카드사가 받게 되는 전체 수수료 수익(건당 가맹점 수수료-건당 비용)은 그만큼 늘어나게 되죠.

결제금액이 크고 결제건수가 많은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카드사는 중소 가맹점보다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를 인하해줄 여유가 더 많아요. 결국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여력, 협상력의 차이로 인해 가맹점 간에 수수료의 차등이 발생하게 되죠.

◆가맹점 수수료 인하할 수 있을까.

카드시장은 3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쉽지 않아요. 최근 당국이 이와 관련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체계에 대한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어요. 올해 중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새로운 수수료 체계는 정액의 기본 수수료와 결제금액 중심의 신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내용으로 하고 있죠. 새로운 수수료 체계가 시행될 경우 대형 가맹점의 부담은 증가하고 중소 가맹점의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한편 정부는 신용카드에 직불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내놓았죠. 또한 체크카드의 소득공제를 위한 사용금액 기준을 낮추고 소득공제율을 높이는 등의 정책도 추진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직불형 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들도 신용카드보다 직불형 카드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결제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이동규 < 금융결제국 결제정책팀 조사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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