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70㎞ '슬랩샷' 도전…빙판서 드라이버샷 한 듯
스케이트 날로 하얀 빙판을 강하게 치며 달린다. 스틱을 크게 휘둘러 지름 7.62㎝의 퍽을 거세게 밀어친다. 얼음조각이 흩어지면서 퍽은 ‘딱’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벽에 꽂힌다.

빙상 종목 가운데 아이스하키는 가장 박진감 넘치는 남성 스포츠다. 강력한 슈팅과 빠른 패스, 격렬한 보디체크(몸싸움)로 대표되는 아이스하키를 13일 안양실내빙상장에서 배워봤다. 안양 한라아이스하키단의 홈구장이다.

아이스하키 체험은 10여종의 장비를 착용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아이스하키는 슈팅 속도가 최고 시속 170㎞에 달하기 때문에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온몸을 튼튼한 보호장구로 감싼다. 장비를 풀세트로 착용하면 무게만도 13~15㎏에 이른다.

어깨와 가슴을 보호하는 숄더패드를 시작으로 다리를 보호하는 레그가드, 정강이를 보호하는 신패드까지 착용하고 나니 로보캅이 된 듯한 기분이다. 그 위에 유니폼 상의와 하키팬츠를 갖춰 입은 뒤 머리 전체를 가리는 헬멧을 쓰고 두툼한 글러브까지 착용하니 웬만해선 다치지 않을 것 같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아이스하키용 스케이트는 겉모습부터 튼튼해 보인다. 스케이트 날은 두껍고, 스피드스케이팅용에 비해선 짧지만 피겨용보다는 길다. 직접 신어보니 발을 꽉 조여오는 불편함이 있었던 피겨용보다 훨씬 편하다. 강사로 나선 이정선 안양 한라아이스하키단 과장은 “아이스하키용 스케이트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턴을 하기 좋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첫 단계는 스케이트를 능숙하게 타는 것. 두 다리로 빙판 위에 선 상태에서 한 다리로 온몸의 체중을 버티고 다른쪽 다리로 얼음을 밀친다. 왼다리와 오른다리를 번갈아가면서 앞으로 나간다. 무엇보다 체중이동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 150㎝ 길이의 스틱을 들었다.

아이스하키는 뭐니뭐니해도 스틱을 머리까지 들었다가 강하게 내리치는 슬랩샷이 백미다. 스케이트를 타고 오면서 오른다리에서 왼다리로 이동하며 체중을 스틱에 다 실어 퍽을 쳐야 한다. 이 과장은 “스틱을 빙판에 눌러주면서 탄성을 이용해 퍽을 길게 밀어줘야 슈팅에 힘이 실린다”고 조언했다.

헛스윙도 수십차례 하고 빙판에 넘어지기 일쑤였지만 슬랩샷을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연습에 집중했다. 스틱 끝의 블레이드에 퍽이 제대로 맞은 순간 퍽은 반대편 벽에 꽂혔고, ‘해냈다’는 성취감이 온몸으로 퍼진다. ‘딱’하는 경쾌한 소리는 스트레스를 한순간에 날려버린다.

일반인이 아이스하키를 배우려면 아이스하키 동호회에 가입하면 된다. 입문자가 풀세트 장비를 갖추려면 150만원 정도 든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