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중에서 가장 공연 기회가 적은 것은 제3번 D장조다.

런던에서 공연됐을 때 마지막 5악장이 폴로네즈(폴란드 무곡)인 것에 착안해 누군가가 ‘폴란드’란 부제를 붙였는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러시아적이지도, 서구적이지도 않다는 낙인을 찍어버렸으니 말이다.

이 곡을 되살린 이는 ‘20세기 발레의 모차르트’로 불리는 러시아 출신 미국 안무가 조지 발란신이다.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를 주제로 한 줄거리 없는 발레 ‘보석’(1967)을 만들면서 러시아 황실발레 스타일을 보석의 제왕 다이아몬드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 장면에서 쓰인 음악이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3번이다.

특히 마지막 폴로네즈 악장에는 절정의 군무를 통해 황실 예술의 눈부신 격조를 구현했다. 파묻힌 원석을 누가 보았는가에 따라 돌덩이가 될 수도 있고 보석이 될 수도 있음을 일깨워 준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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