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가세…'맥주 삼국지' 시대 온다
롯데그룹이 인수·합병(M&A)이 아닌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맥주시장에 진출한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맥주시장이 3사 경쟁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충북 충주시는 이르면 이달 안에 롯데 맥주공장 건립에 관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윤진식 한나라당 국회의원(충주)은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신년사에서 “롯데그룹의 맥주공장 건립이 곧 (주류면허) 허가 신청 후 충주시와 MOU 체결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 측에 따르면 롯데는 5000억원을 투자해 우선 충주기업도시에 6만~9만㎡ 규모로 제1공장을 짓고, 인근에 조성될 이류면 신산업단지에 33만㎡의 제2공장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충주시와 맥주공장 건립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단계여서 MOU 체결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9년 오비맥주 인수 실패 이후 맥주공장 자체 건립을 추진해 왔다”며 “공장 건립 후보지로 전국 4~5곳을 검토해 왔으며 충주시는 유력한 후보 지역 중 한 곳”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서 맥주시장 독자 진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신 회장은 “맥주사업은 꼭 하겠다”며 “그러나 오비를 (인수)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이 가시화되자 국내 맥주시장을 10여년간 과점해온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간 4조원 가까운 국내 맥주시장은 1999년 오비맥주의 진로쿠어스 ‘카스’사업부문 인수 이후 양강 체제가 지속돼 왔다. 여기에 강력한 유통망과 소주 위스키 등 주류사업 노하우를 보유한 롯데가 참여하면 매출 침식과 경쟁 격화에 따른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맥주시장은 포화상태로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점유율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두 회사보다 3사가 경쟁하면 그만큼 마케팅과 영업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미국 사모펀드(KKR)에 넘어간 오비맥주에 계속 눈독을 들였으나 최근 오비맥주 점유율 상승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바람에 인수가 어려워지자 독자 진출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제휴 파트너인 일본 아사히맥주의 제조 기술 노하우를 활용하고 기존 주류영업망을 동원한다고 해도 맥주시장의 보수적인 특성과 유통 구조상 신규 진입해서 성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시장 점유율을 1%포인트 높이려면 마케팅 비용을 300억~400억원 써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