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때 있던 고급개발자 빼고 3차 업체엔 중·초급자만 즐비
◆인건비 따먹는 구조가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를 방치하고서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포획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을 모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한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구조를 탈피하지 않고서는 무리하게 쥐어짜는 ‘막장’ 스타일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상 시스템 구축이나 소프트웨어 제작 프로젝트를 발주되면 일단 대형업체가 수주를 하게 된다. 이 업체는 다시 자신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에 하청을 준다. 하청받은 업체들은 또다시 군소업체들에 재하청을 준다. 이런 방식으로 ‘갑(甲)-을(乙)-병(丙)-정(丁)’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가 만들어진다.
또 다른 문제는 일하는 기간에 인건비를 곱해 이뤄지는 프로젝트의 대가 산정 기준이다. 여러 단계에 걸쳐 중간 마진을 넘겨준 최종 하청업체는 수익을 내기 위해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결국 인건비가 높은 고급 개발자들의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프로젝트 완료기간까지 서두르게 되면서 ‘막장’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SI 위주 산업구조 바꿔야
안드로이드 수준의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는 오랜 기간 동안 전문 인력들이 연구·개발(R&D)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이 같은 R&D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T산업의 뿌리격인 소프트웨어의 생태계가 취약해서는 현재 안드로이드에 종속된 스마트 디바이스 산업은 물론 전 분야에서 외국 기업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가 산정 제도를 개선해 개발자 처우를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단가 후려치기와 저가 수주가 횡행하는 상황을 고치지 않는다면 우수한 인력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영상 한국SW전문기업협회장은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SI(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미흡한 수준”이라며 “중소 업체들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산업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SI 위주인 소프트웨어 시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등 의 글로벌 IT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패키지 제품 판매로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 국내 산업도 패키지 분야가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명화 소프트웨어개발협동조합 이사장은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가격이 아닌 전문 기술을 가진 업체를 선정한다면 특화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하나둘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의 장기 성장성을 내다보고 이런 업체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