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 이익유보' 외부 간섭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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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율 높아도 투자할 수 있어…미래 대비 현금비축 경영자 몫
그릇된 잣대로 판단하지 말길"
김경호 < 홍익대 교수·경영학 >
그릇된 잣대로 판단하지 말길"
김경호 < 홍익대 교수·경영학 >
수년간 계속된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낫다고는 하지만 우리 경제도 편할 날이 없다. 정부는 국내 경제의 위축을 막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기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자금여력이 있다고 알려진 대기업에는 투자확대를 촉구하는 직간접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 최근 기업의 유보율 증가가 투자위축의 신호이며 과다한 현금보유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유보율을 기업의 투자지표로 보고 유보율이 높은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회계지식 부족으로 인해 재무제표 수치를 잘못 해석한 데서 생긴 오해이다. 또한 기업의 충분한 현금보유를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보는 것도 잘못이다.
기업의 유보율이 높으면 통상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을 위한 자금 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상적으로 순이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기업의 유보율은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높은 유보율은 칭찬할 만한 것이지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기업은 내부유보로 축적한 자금을 원천으로 설비에 투자하고, 운영자금에 사용하며, 부채를 갚는 데 쓰기도 한다. 또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주식투자에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런 유보액을 원천으로 투자를 하거나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회계적으로 유보액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재무상태표에 나타나는 유보액은 그대로 있으면서 자산이나 부채의 구성만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비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현금 1억원이 줄고 설비자산 1억원이 증가하게 되며, 부채 3억원을 갚았다면 현금 3억원이 줄고 부채도 3억원이 감소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자본에 포함된 유보액은 그대로이다. 따라서 유보율의 증감은 기업 투자 증대나 감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만일 일부 시각처럼 유보율을 기업의 투자지표로 보아 유보율을 낮추라고 기업에 압박한다면 기업은 불필요하게 배당을 많이 하거나 유보액을 재원으로 무상증자를 해 유보율을 낮출 수밖에 없다.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하면 현금보유액이 줄어들어 오히려 투자여력이 상실된다.
기업의 과다한 현금보유는 투자위축의 신호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좋은 투자기회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현금을 비축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난하거나 정부가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경영자의 사명은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우량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우량한 기업은 튼튼한 국가경제의 기반이다. 따라서 유능한 경영자라면 당장 현금여력이 있더라도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현금을 비축하고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 이는 마치 개구리가 도약하기 전에 몸을 한껏 웅크리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압박해 현금비중을 낮추라고 한다면 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이익이 기대되지 않는데도 현금을 쓰기 위해 투자를 감행한다면 비록 당장의 일자리는 늘어날 수도 있으나 조만간 기업이 손실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이 투자를 확대해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실제로 투자를 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한 비판은 적합한 잣대를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유보율을 갖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기업 재무제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의 현금보유를 미래 투자를 위한 준비상태로 보는 이해도 절실하다. 유보율과 현금보유에 대해서는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불필요하게 간섭하기보다는 경영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다.
김경호 < 홍익대 교수·경영학 >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 최근 기업의 유보율 증가가 투자위축의 신호이며 과다한 현금보유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유보율을 기업의 투자지표로 보고 유보율이 높은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회계지식 부족으로 인해 재무제표 수치를 잘못 해석한 데서 생긴 오해이다. 또한 기업의 충분한 현금보유를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보는 것도 잘못이다.
기업의 유보율이 높으면 통상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을 위한 자금 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상적으로 순이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기업의 유보율은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높은 유보율은 칭찬할 만한 것이지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기업은 내부유보로 축적한 자금을 원천으로 설비에 투자하고, 운영자금에 사용하며, 부채를 갚는 데 쓰기도 한다. 또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주식투자에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런 유보액을 원천으로 투자를 하거나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회계적으로 유보액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재무상태표에 나타나는 유보액은 그대로 있으면서 자산이나 부채의 구성만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비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현금 1억원이 줄고 설비자산 1억원이 증가하게 되며, 부채 3억원을 갚았다면 현금 3억원이 줄고 부채도 3억원이 감소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자본에 포함된 유보액은 그대로이다. 따라서 유보율의 증감은 기업 투자 증대나 감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만일 일부 시각처럼 유보율을 기업의 투자지표로 보아 유보율을 낮추라고 기업에 압박한다면 기업은 불필요하게 배당을 많이 하거나 유보액을 재원으로 무상증자를 해 유보율을 낮출 수밖에 없다.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하면 현금보유액이 줄어들어 오히려 투자여력이 상실된다.
기업의 과다한 현금보유는 투자위축의 신호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좋은 투자기회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현금을 비축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난하거나 정부가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경영자의 사명은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우량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우량한 기업은 튼튼한 국가경제의 기반이다. 따라서 유능한 경영자라면 당장 현금여력이 있더라도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현금을 비축하고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 이는 마치 개구리가 도약하기 전에 몸을 한껏 웅크리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압박해 현금비중을 낮추라고 한다면 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이익이 기대되지 않는데도 현금을 쓰기 위해 투자를 감행한다면 비록 당장의 일자리는 늘어날 수도 있으나 조만간 기업이 손실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이 투자를 확대해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실제로 투자를 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한 비판은 적합한 잣대를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유보율을 갖고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기업 재무제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의 현금보유를 미래 투자를 위한 준비상태로 보는 이해도 절실하다. 유보율과 현금보유에 대해서는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불필요하게 간섭하기보다는 경영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다.
김경호 < 홍익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