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자주 바뀌면 횡령·배임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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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공시' 뜯어보기 (2) '경영권 변경' 리스크
창업자 회사 팔면 사업악화
무리한 신사업·자금 조달 …'머니게임' 몰두땐 조심해야
창업자 회사 팔면 사업악화
무리한 신사업·자금 조달 …'머니게임' 몰두땐 조심해야
따라서 CEO나 최대주주가 수시로 바뀐다면 이런 기업은 일단 의심해볼 만하다는 게 감독당국의 지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9년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낸 214개 코스닥 상장사 중 94개사(43.9%)가 상장폐지됐다.
◆창업주 회사 넘길 땐 사업성 저하 의심
티엘씨레저의 전신인 나자인은 1979년 설립된 후 피혁의류를 전문적으로 수출했다. 최대주주였던 이규용 회장은 2006년 의류업체 나산 인수 실패 후 사업이 한계에 부딪치자 이듬해 글로벌카지노업체인 길만인베스트아시아에 지분을 넘겼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주주는 그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갑자기 경영권을 양도한다는 것은 더 이상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만인베스트아시아는 이후 카지노업체로 변신을 꾀했으나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장내 매도되면서 2년도 안돼 최대주주가 유경산업으로 또다시 바뀌었다. 이때부터 작년 5월 상장폐지될 때까지 8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다.
경영권에 관심이 없던 유경산업은 서둘러 지분을 매각했다. 드림자산운용도 잠시 최대주주에 올랐고 자본금이 3억원에 불과한 샤또드발리코리아가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투자는 뒷전, 잇단 자금조달
티엘씨레저 최대주주는 추가 투자는 하지 않은 채 신규사업 진출로 주가 부양에만 힘을 쏟았다. 신약사업과 교육사업, 해외리조트사업 등에 투자한다는 명목하에 잇달아 유상증자로 돈을 끌어 모았다. 이렇게 모은 220억원은 사용처가 불분명한 상태다.
또 회사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상장폐지 전까지 이 회장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만 16건에 달했다. 결국 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증시에서 사라지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회장은 6%도 안되는 지분율로 대표에 올라 경영권 유지나 자금조달에만 몰두했다”고 지적했다.
최대주주의 갑작스런 변경은 안정적인 기업조차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키곤 한다. 2002년 상장된 전자부품업체 엔하이텍은 2009년까지 한 해만 빼고 7년간 순이익을 냈다. 주가도 2000원대(액면가 500원) 이상을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회사였다. 하지만 경영권을 유지해오던 박호진 씨가 2011년 3월 경영권을 갑작스럽게 여인석 씨 등 3인에게 넘기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여씨는 전자부품 제조와는 무관한 1년 미만의 교육관련사업을 했을 뿐 별다른 경력이 없었다. 최대주주 변경 후 잇단 자금조달 속에 주가가 급락했고 여씨의 횡령사건까지 터졌다. 멀쩡한 기업이 최대주주 변경 후 6개월 만에 거래정지된 데 이어 현재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상태다.
◆최대주주 변경 꼼꼼히 살펴야
사업성이 떨어진 회사를 알고도 인수했다면 바뀐 최대주주는 ‘머니게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인수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기업은 관심 종목에서 빼버리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그래도 투자에 나선다면 변경된 최대주주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업종 간 연관성이 없는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거나 과거 경영한 기업 현황과 횡령·배임 발생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또 최대주주에 오른 후 자금조달에 나선 적은 없는지, 인수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거래소에서 수시로 공시되는 ‘최대주주 변경’을 통해 주인이 바뀐 사실을 알 수 있고 사업보고서에 있는 ‘주주에 관한 사항’에서는 최대주주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의 변동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주식을 파는 경우는 사업을 계속할 의사가 없거나 재무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