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고령화’ ‘100세 시대’ ‘노후 준비’라는 말이 수없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특히 의료보험(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재정난이 심화된다는 보도가 겹치면서 은퇴 후 삶에 대한 걱정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 상태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이 집중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도 문제다. 비록 노후자금은 부족하지만 멋지게 자아를 실현하거나 사회에 봉사하면서 긍정적으로 삶을 즐기는 은퇴자들이 매우 많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노후에 대해 행복하고 긍정적인 인식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

우리에게는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미국 일본 유럽과는 다른 방식의 은퇴 설계가 필요하다. 첫째, 어디서 살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재산 중 80%는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집을 줄이거나 더 싼 지역으로 이사하는 방법, 자신에게 맞는 실버타운에 들어가거나 주택연금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어디서 사느냐는 삶의 효용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둘째, 노후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노화(aging)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멋진 기회라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외국에서는 생산적 노화, 성공적 노화, 창조적 노화라는 식으로 인식이 변화해가고 있다. 노화를 부정하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 아니라 자아를 성취하고 삶의 보람을 추구하는 나이듦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젊을 때부터 은퇴 및 생애 설계를 실천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막연하게 직장을 다니고 자녀를 키우고 집을 마련하는 등의 주먹구구식으로는 더 이상 고령화 사회를 행복하게 살아가기 어렵다. 나이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가 지금부터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재무적인 준비뿐만 아니라 가족, 사회활동, 취미·여가와 같은 비재무적인 준비까지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돈이 없어서 불행한 노후와 돈만 많고 불행한 노후는 모두 잘못된 생애 설계로 인한 결과다. 생애 설계는 경제적인 요소로만 구성된 것이 결코 아니다. 청년 자신들의 노후 준비 역시 허술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장기적인 설계를 하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데 실상은 구체적인 생애 설계 방법을 모르는 데다 실천마저 미루고 있다.

올해는 한국 사회가 고령화를 걱정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은퇴 설계를 실천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단순한 재무적인 준비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비재무적인 준비가 더 강조되길 바란다. 은퇴 설계의 목표는 행복이며,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