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to Head] (증세) 조세부담률 22% 수준 높여야…건전재정 유지하며 복지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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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률 낮아져…양극화로 사회통합 해쳐
'3억원 이상-38% 세율'…증세론 턱없이 부족
'3억원 이상-38% 세율'…증세론 턱없이 부족
누군가 필자에게 이명박 정부의 정책 중 가장 잘못된 것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필자는 서슴없이 ‘감세정책’이라고 말할 것이다. 여기서 감세정책은 2008년 현 정부가 소득세 법인세 등을 대폭 깎아줘 조세부담률을 2007년의 21%에서 올해 19.2%(예산 기준)까지 낮춘 정책이다. 감세정책의 결과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제대로 못하고, 재정건전성만 악화됐다.
우선 ‘감세’라는 말부터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 어떤 세제개편의 결과 세금을 더 걷었는지, 덜 걷었는지 여부는 소득에 비해 판단해야 의미가 있다. 이를 알려주는 지표가 바로 연간 조세수입을 명목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인 조세부담률이다. 소득에 비해 세금을 더 걷으면, 즉 조세부담률을 올리면 ‘증세’로, 소득에 비해 세금을 덜 걷으면, 즉 조세부담률을 낮추면 ‘감세’로 정의하는 것이 혼란을 막는 방법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을 확실하게 수행했다. 건국 이래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참여정부 말인 2007년의 21%였다. 이 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5%포인트 정도 낮은 것이었다. 감세정책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감세하면 민간투자 등이 활성화돼 세수가 오히려 는다”는 얘기를 해왔는데, 현 정부 들어 안 그래도 낮은 조세부담률이 이처럼 떨어진 것을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복지지출의 크기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지표는 복지지출이 명목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비중이 현재 선진국의 40% 수준에 불과해 이 격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 당연한데, 세수가 명목GDP보다 빨리 늘지 않는 한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복지지출을 명목GDP보다 빨리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 정부도 외견상 복지를 강조하지만 2009년 이후 복지예산 증가율은 매년 경상성장률보다 낮았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5년까지 봐도 경상성장률은 평균 7.6%, 복지예산 증가율은 5.8%다. 이렇게 재정을 운용하면 복지지출의 GDP 대비 비중은 더 줄어든다. 감세정책으로 세입을 낮춰 놓은 상태에서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복지를 빨리 늘릴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결국 복지를 확대하려면 지금까지의 ‘거꾸로’ 가는 감세정책에서 탈피해 조세부담률을 적정한 수준까지 올리는 증세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왜 복지를 강조하고 증세를 얘기하는가. 한마디로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문제를 극복해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가장 빠르게 진전되는 고령화 문제들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겠는가. 소규모 개방경제로 해외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제구조에서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경제체제가 유지될 수 있나. 양극화가 이렇게 심화되면 사회통합과 성장이 더 이상 불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나. 이런 문제들이 “감세로 정부의 크기를 줄이고 민간부문을 더 크게 하면 시장원리에 따라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진정 믿는 것인가.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시장실패의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정부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증세에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논거는 세금이 가져오는 부작용일 것이다. 세금은 필연적으로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온다. 그러나 우리 경제발전단계의 큰 흐름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늘 선진국보다 낮은 세금 부담으로 작은 정부를 운영해 왔고, 현 정부에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세금 격차가 벌어지면 복지나 삶의 질 격차도 벌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경제적 인프라에 비해 복지·교육 등 사회적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체제를 유지해왔고, 그 결과 저출산·고령화·양극화가 심화되고 더 이상의 성장도 제약받는 국면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해법은 상대적으로 낮은 조세부담을 올리고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한 정부의 기능을 다소 강화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2017년까지 조세부담률을 21.5~22% 수준으로 제고할 경우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조세부담률은 여전히 현재의 선진국 평균보다 4%포인트 이상 낮은 것이다. 세 부담이 민간부문을 옥죄는 효과 면에서 우리 민간부문은 과거에도 그랬고, 증세 이후에도 여전히 선진국보다 좋은 여건에 있는 것이다. 조세가 가져오는 ‘초과부담’이라는 자원배분의 왜곡효과를 걱정하는 것은 이해되나, 이것이 그렇게까지 문제라면 우리보다 늘 높은 세 부담을 유지해 왔던 선진국들은 조금 과장해서 이미 대부분 망해 없어졌어야 할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 더 걱정해야 할 것은 낮은 세 부담 때문에 필요한 공공재나 공공서비스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비효율적 자원배분과 공평성의 문제다. 우리의 현 위치에서는 시장보다 정부를 조금 더 키워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다.
그러면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공평한 세 부담의 첫 번째 원칙은 능력 있는 사람에게 과세하는 것이다. 우리의 소득세는 선진국에 비해 그 기능이 매우 미약하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중심으로 증세하는 것은 원칙에도 맞고,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리고 종부세, 재산세의 합리적 조정을 통해 재산보유세를 늘리는 것이 기본원칙에 부합한다. 또한 실효성 없는 각종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원칙과 방향에 비춰 볼 때, 지난 연말 한나라당이 주도한 ‘3억원 이상-38% 세율’의 소득세법 개정은 증세론자인 필자에게도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한나라당 주장대로 세수증가 규모가 7700억원이라 해도 이는 올해 GDP의 0.06%에 불과한 규모로, 조세부담률도 그만큼만 올릴 뿐이다. 이 정도의 세수 증대가 우리의 복지와 재정운용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조세부담률 등 거시지표에 신경도 쓰지 않고 세수증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소득세의 법 개정을 이렇게 한 것 자체가 국정운영의 큰 틀을 망각한 행태다. 집권정당으로 지난 4년간 그렇게 많은 세금을 깎아줘서 재정건전성을 해치고, 복지나 교육 등에 있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한마디 반성도 없이 다시 정반대로 나가는 증세정책을 아무 효과도 없는 형태로 졸속으로 채택한 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어떤 정당이든 국정운영의 근간인 세제를 자기 당의 이미지 쇄신용으로 이용하는 정당은 이미 정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 생각한다.
황성현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KDI 연구위원 △한국조세연구원장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우선 ‘감세’라는 말부터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 어떤 세제개편의 결과 세금을 더 걷었는지, 덜 걷었는지 여부는 소득에 비해 판단해야 의미가 있다. 이를 알려주는 지표가 바로 연간 조세수입을 명목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인 조세부담률이다. 소득에 비해 세금을 더 걷으면, 즉 조세부담률을 올리면 ‘증세’로, 소득에 비해 세금을 덜 걷으면, 즉 조세부담률을 낮추면 ‘감세’로 정의하는 것이 혼란을 막는 방법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을 확실하게 수행했다. 건국 이래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참여정부 말인 2007년의 21%였다. 이 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5%포인트 정도 낮은 것이었다. 감세정책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감세하면 민간투자 등이 활성화돼 세수가 오히려 는다”는 얘기를 해왔는데, 현 정부 들어 안 그래도 낮은 조세부담률이 이처럼 떨어진 것을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복지지출의 크기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지표는 복지지출이 명목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비중이 현재 선진국의 40% 수준에 불과해 이 격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 당연한데, 세수가 명목GDP보다 빨리 늘지 않는 한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복지지출을 명목GDP보다 빨리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 정부도 외견상 복지를 강조하지만 2009년 이후 복지예산 증가율은 매년 경상성장률보다 낮았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5년까지 봐도 경상성장률은 평균 7.6%, 복지예산 증가율은 5.8%다. 이렇게 재정을 운용하면 복지지출의 GDP 대비 비중은 더 줄어든다. 감세정책으로 세입을 낮춰 놓은 상태에서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복지를 빨리 늘릴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결국 복지를 확대하려면 지금까지의 ‘거꾸로’ 가는 감세정책에서 탈피해 조세부담률을 적정한 수준까지 올리는 증세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왜 복지를 강조하고 증세를 얘기하는가. 한마디로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문제를 극복해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가장 빠르게 진전되는 고령화 문제들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겠는가. 소규모 개방경제로 해외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제구조에서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경제체제가 유지될 수 있나. 양극화가 이렇게 심화되면 사회통합과 성장이 더 이상 불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나. 이런 문제들이 “감세로 정부의 크기를 줄이고 민간부문을 더 크게 하면 시장원리에 따라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진정 믿는 것인가.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시장실패의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정부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증세에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논거는 세금이 가져오는 부작용일 것이다. 세금은 필연적으로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온다. 그러나 우리 경제발전단계의 큰 흐름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늘 선진국보다 낮은 세금 부담으로 작은 정부를 운영해 왔고, 현 정부에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세금 격차가 벌어지면 복지나 삶의 질 격차도 벌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경제적 인프라에 비해 복지·교육 등 사회적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체제를 유지해왔고, 그 결과 저출산·고령화·양극화가 심화되고 더 이상의 성장도 제약받는 국면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해법은 상대적으로 낮은 조세부담을 올리고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한 정부의 기능을 다소 강화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2017년까지 조세부담률을 21.5~22% 수준으로 제고할 경우 건전재정을 유지하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조세부담률은 여전히 현재의 선진국 평균보다 4%포인트 이상 낮은 것이다. 세 부담이 민간부문을 옥죄는 효과 면에서 우리 민간부문은 과거에도 그랬고, 증세 이후에도 여전히 선진국보다 좋은 여건에 있는 것이다. 조세가 가져오는 ‘초과부담’이라는 자원배분의 왜곡효과를 걱정하는 것은 이해되나, 이것이 그렇게까지 문제라면 우리보다 늘 높은 세 부담을 유지해 왔던 선진국들은 조금 과장해서 이미 대부분 망해 없어졌어야 할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 더 걱정해야 할 것은 낮은 세 부담 때문에 필요한 공공재나 공공서비스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비효율적 자원배분과 공평성의 문제다. 우리의 현 위치에서는 시장보다 정부를 조금 더 키워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다.
그러면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공평한 세 부담의 첫 번째 원칙은 능력 있는 사람에게 과세하는 것이다. 우리의 소득세는 선진국에 비해 그 기능이 매우 미약하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중심으로 증세하는 것은 원칙에도 맞고,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리고 종부세, 재산세의 합리적 조정을 통해 재산보유세를 늘리는 것이 기본원칙에 부합한다. 또한 실효성 없는 각종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원칙과 방향에 비춰 볼 때, 지난 연말 한나라당이 주도한 ‘3억원 이상-38% 세율’의 소득세법 개정은 증세론자인 필자에게도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한나라당 주장대로 세수증가 규모가 7700억원이라 해도 이는 올해 GDP의 0.06%에 불과한 규모로, 조세부담률도 그만큼만 올릴 뿐이다. 이 정도의 세수 증대가 우리의 복지와 재정운용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조세부담률 등 거시지표에 신경도 쓰지 않고 세수증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소득세의 법 개정을 이렇게 한 것 자체가 국정운영의 큰 틀을 망각한 행태다. 집권정당으로 지난 4년간 그렇게 많은 세금을 깎아줘서 재정건전성을 해치고, 복지나 교육 등에 있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한마디 반성도 없이 다시 정반대로 나가는 증세정책을 아무 효과도 없는 형태로 졸속으로 채택한 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어떤 정당이든 국정운영의 근간인 세제를 자기 당의 이미지 쇄신용으로 이용하는 정당은 이미 정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 생각한다.
황성현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KDI 연구위원 △한국조세연구원장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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