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강정책 변화 시도를 지켜보는 경제학자들의 우려섞인 시선이다. 이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나타나고 있는 정치권의 ‘좌(左)클릭’ 현상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한국사회의 기본 발전축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표를 얻기 위해 보수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보수 아닌 수구의 문제
전문가들은 ‘보수’가 기득권에 안주한다는 ‘수구’로 오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수’를 포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보수는 수구가 아니라 ‘지향해야 할 가치를 지킨다’는 의미이며 그 핵심적 가치는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연 한나라당이 지금껏 보수다운 정책을 펼쳤는지 의문”이라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수구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스스로 정체성과 자아를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이 재집권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정체성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논리로 시장경제 위협
경제학자들은 한나라당 내부에서 보수를 대체할 용어로 공정경쟁, 대기업 개혁, 평생복지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한나라당의 최근 움직임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나라의 발전경로를 완전히 바꾸자는 것”이라며 “이제 (한나라당은) 민주통합당이나 민주노동당과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무차별 복지는 세금증가 또는 국가채무 증가, 공정경쟁은 대기업 때리기, 상생발전은 규제 강화, 대북 유연성은 퍼주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 이미 폐기한 사회민주주의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스웨덴과 독일조차 최근 들어 정부 지출 최소화, 경제적 자유 확대, 조세감면, 선별적 복지로 가고 있는데 이런 흐름과 반대되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진보 프레임서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 그 자체는 사회를 지탱하는 두 수레바퀴와 같다며 한나라당이 이를 포기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도철 숙명여대 교수는 “정치권 전체가 포퓰리즘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의 가치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실천적 논의보다는 그럴싸한 정치적 구호와 ‘레토릭(수사학) 경쟁’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규 안동대 교수는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둬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진다”며 “진정한 공생발전의 의미와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