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양 명화 속에 담긴 왼쪽과 오른쪽의 의미
고대부터 중세까지 아담과 이브가 함께 있는 서양미술을 살펴보면 대개 이브가 아담의 왼쪽에 서 있다. 이들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는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아내의 전통적인 관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왼쪽은 여성, 악마의 유혹 등과 가깝다는 인식이었다.

성모 마리아가 비탄에 빠져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미술양식인 ‘피에타’에서도 대부분 예수가 오른쪽을 보고 있다. 그러나 거장 미켈란젤로는 왼쪽을 바라보는 ‘피에타’ 조각상을 만들었다. 오랫동안 ‘오른쪽은 선’, ‘왼쪽은 악’으로 여겼던 서구인들의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오른쪽을 신에 대한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왼쪽을 인간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했다. 르네상스의 문화 엘리트들은 불길하고 사악한 것으로 여겨지던 왼쪽을 인간애, 시간의 경과 등의 상징으로 재평가했다.

《왼쪽 오른쪽의 서양미술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왼쪽과 오른쪽의 상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분석하고, 그 상징이 서구 사회와 문화에 어떻게 스며들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살펴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벨라스케스, 베르메르, 피카소 같은 위대한 화가들이 남긴 명작들의 수수께끼도 풀어낸다.

서구에서 오른쪽을 중시하는 풍조는 중세까지 지속됐다. 구약성서에는 ‘지혜로운 사람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지만, 어리석은 사람의 심장은 왼쪽에 있다’는 구절이 있다. 심장이 감정의 근원지라고 믿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장이 ‘왼쪽의 냉기에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서 왼쪽에 있다’는 식으로 토를 달았다. 심장의 해부학적 구조를 들먹이면서 ‘우심실이 가장 크고 뜨겁다’고 오른쪽에 의미를 부여했다. 중세의 현자 베르트스 마그누스도 심장은 몸의 왼쪽에 있지만 그 영향력을 오른쪽으로 뿜어내기 때문에 오른쪽이 훨씬 강력하고 기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세의 신비주의자들은 왼쪽을 심장이 있는 쪽, 즉 가장 강렬하고 진정한 사랑이 깃든 방향이라고 재평가했다.

베르메르의 ‘신앙의 알레고리’에서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들에서 예수가 왼쪽을 보고 있다. 피카소는 수상술에 심취한 이들에게 영향을 받아 왼손을 중시했다. 왼손바닥을 보여주는 남성과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여성이 가운데 있는 ‘곡예사들’, 늙은 여인을 가리키는 남성의 왼손을 그린 ‘인생’을 남겼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