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에 점령당한 한국 IT

모바일 이어 TV에도 장착…의존도 더 높아져

다음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12’는 ‘스마트 2.0’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스마트 1기 시대가 폰과 태블릿PC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2기는 TV와 일반 가전제품을 아우르는 전 영역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구글이 있다.

스마트 1기 시대를 이끈 애플의 폐쇄성은 많은 경쟁사들에 공포와 절망감을 안겨줬고 구글은 정확하게 그 틈을 비집고 들었다. 강력한 소프트웨어 역량과 개방형 운영체제(OS)를 앞세워 이른바 ‘안드로이드 동맹’을 규합하고 맹주 자리를 차지했다. 구글과 일찍 손을 맞잡은 삼성전자, HTC는 성공적으로 스마트 1기 시대에 안착했고 변화의 흐름을 놓친 기업들은 저멀리 뒤처져버렸다.

이제 전자회사들의 단기 성패는 안드로이드를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얼마나 빨리 최적화할 수 있느냐 여부로 판가름난다. 하드웨어 하나 변변히 만들어보지 않은 구글이 수많은 회사들을 자사의 그늘 아래 포획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구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한국 전자회사들에는 기회와 위기가 교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좋은 기회지만 핵심 역량을 내부화하지 못하는 것은 큰 위기 요인이다. PC 운영체제와 CPU(중앙처리장치)를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여전히 큰 돈을 벌고 있지만 한때 PC의 최강자였던 IBM은 사업을 접어야 했다. 구글 천하와 삼성 LG 팬택의 성공은 평행선이 아닐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는 결코 한국 정보기술(IT)의 항구적인 미래가 될 수 없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