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스스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기업들의 비용까지 국책은행이 도와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올해부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업체에 대한 선박 제작금융 지원액을 작년보다 30~40% 줄이기로 했다.

제작금융은 선박을 건조하거나 공장을 지을 때 들어가는 돈을 일시적으로 융통해 주는 1년 미만의 단기 대출이다. 주로 조선업체들이 선박 발주처에서 돈을 받기 전에 선박 기자재 확보 등의 비용을 댈 때 쓴다. 수출입은행의 제작금융은 일반 시중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낮다.

작년 수출입은행은 총 9조원 규모의 제작금융을 조선업체를 포함한 기업들에 지원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가 받은 금액은 3조원에 이른다. 이번 제작금융 축소 방침에 따라 조선 빅3에 대한 지원금은 올해 약 1조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선박 발주 규모가 줄고 인도 연기, 수주 취소 요청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조선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대형 조선업체 임원은 “호황기일 때는 조선사들의 현금흐름이 좋아 상관없지만 요즘처럼 시황이 악화됐을 때 선박 제작금융 규모를 줄이면 조선업체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론 국내 최대 달러박스로 꼽히는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들의 수주 및 자금 사정을 고려해 올 하반기부터 일부 자금 집행 계획을 조정해 실수요만큼 맞춰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