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76 PGA챔피언십 우승…매킬로이·미켈슨·청야니 지도
퍼팅 부문 '세계 최고의 코치'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퍼팅으로 귀결된다. 골프를 하면 할수록 퍼팅의 비중은 계속 커진다. 프로들은 더욱 그렇다. 톱프로들이 찾아가 한 수 배우는 ‘퍼팅의 최고 권위자’는 누구일까. 최근 미국에서는 데이브 스탁턴(70)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유명 프로들은 오래 전부터 그의 퍼팅 노하우를 익혀오고 있다.
투어프로 출신인 스탁턴은 1970년과 1976년 PGA챔피언십을 제패할 정도로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했다. 그동안 비공개적으로 교습을 해와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퍼팅을 배우는 선수는 톱스타들이다. 차세대 골프황제로 부상하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가 그를 새로운 퍼팅 코치로 영입했고 필 미켈슨, 애덤 스콧, 매트 쿠차, 아니카 소렌스탐, 청야니, 미셸 위, 수잔 페테르센, 모건 프레셀 등 정상급 선수들이 그에게 퍼팅을 배웠다.
그는 최근 《무의식적인 퍼팅(unconscious putting)》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자신의 퍼팅 이론을 공개했다. 아들 론, 데이브 주니어와 함께 미 캘리포니아주 레드랜드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그는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2011~2012년 베스트 코치’에 처음으로 등장해 ‘신인’으로는 최고인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루 3만달러로 미국 골프 레슨 코치 중 가장 비싼 레슨비를 받는 ‘퍼팅의 대가’ 데이브 펠츠(73)는 14위다. 사실상 퍼팅에서는 스탁턴이 최고라는 얘기다.
스탁턴의 퍼팅 노하우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내용이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필 미켈슨은 스탁턴의 책 《무의식적인 퍼팅》의 서문을 썼다. 그는 서문에서 자신이 퍼팅 난조에 빠졌을 때 캐디인 본스 매케이로부터 스탁턴을 추천받았다고 소개했다.
스탁턴과 미켈슨은 2009년 9월 미 샌디에이고에서 처음 만났다. 이틀간 스탁턴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퍼팅에 관한 조언을 들은 미켈슨은 즉각적인 효과를 봤다. 미켈슨은 “스탁턴은 나의 퍼팅을 다시 단순하게 만들어줬다. 어렸을 때 했던 것처럼 퍼팅을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가 된 뒤 퍼팅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한 나머지 테크닉과 기술에 의존하고 결과에 사로잡히게 됐다고 토로했다. 스탁턴과 만난 뒤 그는 “그린에서 라인 보는 것을 멈췄다. 심지어 퍼터 헤드의 정렬조차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홀을 보고 손등을 퍼터 헤드라고 생각하고 과정을 단순화했다”고 말했다.
미켈슨은 바로 다음주에 열린 투어챔피언십에서 36개의 ‘1퍼팅’을 성공시키며 우승컵을 안았고 11월 월드골프챔피언십시리즈 HSBC챔피언스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미켈슨은 “단순화하고 ‘프리-퍼트 루틴(pre-putt routine)’을 간결하게 하면 라인이 잘 보이고 자신감이 따라붙는다”며 스탁턴의 가르침을 극찬했다.
스탁턴은 현재 여자 세계랭킹 1위 청야니와 처음 만났을 때의 일화를 공개했다. “나에게 퍼팅을 배우러 온 청야니와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카트를 타고 클럽하우스를 출발했다. 나는 카트를 몰고 청야니가 당연히 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연습그린을 그냥 지나쳤다. 대신 1번홀 티잉그라운드로 갔다. 청야니는 매우 놀라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티샷을 해보라고 했다. 청야니는 뭔가 갸우뚱하면서 티샷을 했다. 나는 다시 카트를 몰고 페어웨이로 갔다. 그런 다음 150야드 지점에서 핀을 공략하라고 했다. 청야니는 8번 아이언으로 홀 1.5m 지점에 볼을 떨궜다. 그린에 도착한 뒤 나는 볼을 3m 지점에 놓은 뒤 청야니에게 퍼팅을 해보라고 했다. 청야니는 퍼팅할 때 티샷이나 아이언샷을 할 때와 달리 지나치게 신중해지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때서야 청야니에게 말했다. ‘그냥 보고 쳐라!’ 티샷이나 8번 아이언샷을 하던 것처럼 퍼팅하라.”
스탁턴의 퍼팅 레슨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새로운 깨우침을 얻게 한다. 그것은 쉽고도 단순 명확하다. 그는 ‘시그니처 이론’을 자주 거론한다. “누구나 사인을 해보라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있게 사인을 한다. 그러나 그 아래에 방금 한 것과 똑같은 사인을 해보라고 하면 약간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뭔가를 의식하는 순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 프리퍼트 루틴
샷을 하기 전 일련의 동작을 반복하는 ‘프리샷 루틴(pre-shot routine)’처럼 퍼트하기 전에 반복하는 동작. 프로마다 샷이나 퍼트 전 이를 반복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는 한 샷을 하는 데 매번 똑같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