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으로 요약된다. 각종 경기지표에선 뚜렷한 반등의 기미를 읽을 수 없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 원년이 될 수 있다”(텔레그래프)는 경고가 이어진다. 다만 최근 들어 경기 둔화세가 다소 약화되고 있고, 유럽연합(EU)의 경제엔진인 독일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 작은 희망을 주고 있다.

제조업 위축세 다소 안정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유로존 제조업 경기가 5개월 연속 위축됐지만 경제 활력이 둔화되는 추세는 다소 완화됐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마킷이코노믹스가 집계한 지난 12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9를 기록했다. 유럽 제조업 경기가 5개월 연속으로 위축된 것이다. 지수가 50 이하면 위축을 의미한다. 다만 28개월 만에 최저치였던 11월의 46.4보다는 소폭 개선됐다.

FT는 제조업 경기 약화세가 진정된 것에 대해 “유로화 약세 덕에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의 신흥국 수출이 소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더크 슈마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아직까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급격하고 심각한 수준의 경기둔화에 빠진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선 유로화 약세에 편승한 ‘나홀로 경기회복’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독일의 지난 12월 PMI는 48.4로 전월의 47.9와 시장 예상치 48.1을 뛰어넘었다. 독일 통계청은 “독일 내 임금근로자 수가 4104만명으로 1년 새 53만5000명(1.3%)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독일상공회의소도 지난해 독일 내 민간소비가 전년 대비 1.2% 늘어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유로화 ‘사망’ 배제 못해

유럽경제 전반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올해 유럽이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며 “유럽의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고 못박았다.

당장 큰 걱정거리는 재정위기국들이 대규모 국채 만기를 맞이한다는 점이다. 1분기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국채 만기도래액만 2075억유로에 달한다. 이탈리아는 올해 만기분의 절반 가까이가 4월 이전에 몰려 있다. 또 3월까지 그리스 채무재조정 작업을 마쳐야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유로화는 신년 들어서도 약세다. 설상가상 성장동력이 약해진 영국과 프랑스는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예고된 복병’과 싸워야 하는 처지다.

이에 따라 유로존 붕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올해는 독일이 유로화가 죽도록 놔두는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이체방크도 “5월까지 이탈리아 재정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로존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분석을 내놨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