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유증 '망신'…대주주 리스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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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코스닥 부실기업도 아니고 증권사 유상증자 청약률이 이 정도 라니요.”
현대증권 한 직원의 고백이다. 현대증권이 실시한 유상증자 청약에서 계획했던 규모의 3분의 1수준도 채우지 못하자 증권가는 충격에 빠졌다. 앞서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요건을 채우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청약률이 90% 안팎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대증권 청약률 31.2%는 참담한 결과다.
현대증권 유상증자가 다른 증권사들보다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조건은 더 낫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현대증권은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희석을 우려해 다른 증권사와 달리 우선주를 택했다. 우선주에 의결권이 있을 뿐 아니라 연 6.5%의 배당을 3년간 보장했다.
그런데도 지난 28일 총 7000만주의 유상증자 청약 결과 2186만여주가 참여하는 데 그친 것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종의 주가 흐름이 전반적인 침체 상황이고, 현대증권의 내년 영업과 주가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 등이 이유로 거론되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는 대주주 리스크가 꼽힌다.
현대증권의 최대주주는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현대상선은 올해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내년에도 업황전망이 어둡다. 그룹 내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적자 상황이다. 게다가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 쉰들러그룹과의 잠재적인 경영권 분쟁 우려를 안고 있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은 실적 부진을 만회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서울 남산에 있는 최고급 호텔 반얀트리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그룹이 총체적인 난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 내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는 곳은 현대증권 밖에 없다”면서 “현대그룹 내에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분쟁 등이 일어날 경우 현대증권 자금이 집중적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대그룹이 부진할 수록 현대증권은 디스카운트되는 구조라는 것을 직원들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우리사주조차 유상증자 청약율이 저조했던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할 때도 현대증권과 상선, 엘리베이터 등 계열사가 보유한 자금을 통해 1조5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최소한 규모만 참여했다. 기존 지분율대로라면 1700만주를 배정받아야 하지만 현대상선이 청약에서 가져간 물량은 400만주에 그쳤다. 실권주는 20% 가량만 취득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현대증권 한 직원의 고백이다. 현대증권이 실시한 유상증자 청약에서 계획했던 규모의 3분의 1수준도 채우지 못하자 증권가는 충격에 빠졌다. 앞서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요건을 채우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청약률이 90% 안팎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대증권 청약률 31.2%는 참담한 결과다.
현대증권 유상증자가 다른 증권사들보다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조건은 더 낫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현대증권은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희석을 우려해 다른 증권사와 달리 우선주를 택했다. 우선주에 의결권이 있을 뿐 아니라 연 6.5%의 배당을 3년간 보장했다.
그런데도 지난 28일 총 7000만주의 유상증자 청약 결과 2186만여주가 참여하는 데 그친 것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종의 주가 흐름이 전반적인 침체 상황이고, 현대증권의 내년 영업과 주가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 등이 이유로 거론되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는 대주주 리스크가 꼽힌다.
현대증권의 최대주주는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현대상선은 올해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내년에도 업황전망이 어둡다. 그룹 내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적자 상황이다. 게다가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 쉰들러그룹과의 잠재적인 경영권 분쟁 우려를 안고 있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은 실적 부진을 만회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서울 남산에 있는 최고급 호텔 반얀트리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그룹이 총체적인 난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 내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는 곳은 현대증권 밖에 없다”면서 “현대그룹 내에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분쟁 등이 일어날 경우 현대증권 자금이 집중적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대그룹이 부진할 수록 현대증권은 디스카운트되는 구조라는 것을 직원들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우리사주조차 유상증자 청약율이 저조했던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할 때도 현대증권과 상선, 엘리베이터 등 계열사가 보유한 자금을 통해 1조5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최소한 규모만 참여했다. 기존 지분율대로라면 1700만주를 배정받아야 하지만 현대상선이 청약에서 가져간 물량은 400만주에 그쳤다. 실권주는 20% 가량만 취득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