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커지는 이란 악재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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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아도 기름값 치솟아 '폭리 논란' 우려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땐 비용부담 늘어 걱정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땐 비용부담 늘어 걱정
정유업계가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란발 리스크’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움직임으로 연초부터 국내 기름값이 치솟고 있는 데다 원유 수입선을 바꾸면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11일 ℓ당 2020원을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평균 가격은 1940원 선을 넘었다.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가 확산되면 공급이 줄어 국제유가는 더 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마저 봉쇄되면 현재 배럴당 110달러 선인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지난해 4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20일께부터 좋은 실적을 발표하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기름값을 지목하고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좋은 실적이 나와도 윤활유 등의 영업이익이 많을 뿐 정유 부문에서의 영업이익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대외 변수로 인한 기름값 상승으로 다시 눈총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국제유가가 들썩여 도입 단가가 높아지면 정유 업계의 부담도 커진다.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 요구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면 국내 정유사 가운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전체 수입 물량 중 20%가량, SK이노베이션은 10% 정도를 이란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란은 세계 4위 원유 수출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하루 평균 24만7000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도입했다. 국내 수입량의 9%가량을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는 가격 경쟁력이 높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이란산 원유 단가는 배럴당 102.89달러다. 호주(105.56달러)와 러시아(111.49달러), 인도네시아(108.23달러)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106.29달러), 쿠웨이트(104.71달러) 등 중동 국가들보다도 낮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제한을 받으면 수입 단가가 더 높은 다른 국가로 수입선을 바꿔야해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배럴당 1.82달러로 가격 차가 가장 작은 쿠웨이트로 수입선을 돌려 단순 계산해도 연간 1억3000만달러(1500억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는 중질유로 품질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 정유사들이 대규모 고도화설비를 증설, 중질유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도입선 변경을 검토하고 비축유를 관리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장기 거래처와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번 거래를 끊으면 이후 제재가 풀린 다음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수급”이라며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서울지역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11일 ℓ당 2020원을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평균 가격은 1940원 선을 넘었다.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가 확산되면 공급이 줄어 국제유가는 더 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마저 봉쇄되면 현재 배럴당 110달러 선인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지난해 4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20일께부터 좋은 실적을 발표하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기름값을 지목하고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좋은 실적이 나와도 윤활유 등의 영업이익이 많을 뿐 정유 부문에서의 영업이익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대외 변수로 인한 기름값 상승으로 다시 눈총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국제유가가 들썩여 도입 단가가 높아지면 정유 업계의 부담도 커진다.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 요구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면 국내 정유사 가운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전체 수입 물량 중 20%가량, SK이노베이션은 10% 정도를 이란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란은 세계 4위 원유 수출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하루 평균 24만7000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도입했다. 국내 수입량의 9%가량을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는 가격 경쟁력이 높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이란산 원유 단가는 배럴당 102.89달러다. 호주(105.56달러)와 러시아(111.49달러), 인도네시아(108.23달러)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106.29달러), 쿠웨이트(104.71달러) 등 중동 국가들보다도 낮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제한을 받으면 수입 단가가 더 높은 다른 국가로 수입선을 바꿔야해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배럴당 1.82달러로 가격 차가 가장 작은 쿠웨이트로 수입선을 돌려 단순 계산해도 연간 1억3000만달러(1500억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는 중질유로 품질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 정유사들이 대규모 고도화설비를 증설, 중질유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도입선 변경을 검토하고 비축유를 관리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장기 거래처와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번 거래를 끊으면 이후 제재가 풀린 다음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수급”이라며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