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산 헐값 매수 기회"…눈독 들이는 美·中·日 기업
“유럽 은행들이 헐값에 내놓은 자산을 왕창 사들이겠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FG)의 미야타 고이치(宮田孝一) 사장은 지난달 30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자산 매수를 위해 올해 SMFG가 준비한 실탄은 7조엔(104조원) 규모. 상황에 따라 10조엔까지 매수 자금을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미야타 사장은 “유럽의 우량 자산을 사들이는 데 적극 나서겠다”며 “가치가 있고 가격만 맞는다면 모두 매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면서 미국 중국 일본의 기업 등이 유럽자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美·日, “유럽을 사들인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지난 12월 유럽 은행들에 오는 6월까지 1140억유로(175조원)의 자본 확충을 주문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 은행들은 어쩔 수 없이 ‘알짜배기’ 자산을 헐값에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자산 규모 일본 2위 은행그룹인 SMFG는 지난해 말 아일랜드 최대 민간은행인 뱅크오브아일랜드로부터 북미와 유럽 인프라·에너지 관련 채권을 7억6000만달러(8500억원)에 매수했다. 이 은행은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와 주택 등 부동산 시장의 대출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붕괴로 재정난에 처했고 지난해 말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경고를 받았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미국 기업들도 유럽 위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최근 독일 코메르츠방크로부터 3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넘겨받았다. 담보 중에는 플로리다주 몬드리안사우스비치호텔과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미니애폴리스, 시카고에 있는 소피텔호텔 4곳이 포함돼 있다.

코메르츠방크는 올 6월까지 53억유로의 자본을 확충하라는 EBA의 지시에 따라 이 자산을 넘겼다.


◆중국은 에너지 자산 탐내

중국도 유럽 위기를 틈타 자산 사들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 일본과 달리 에너지 자원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매년 에너지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유럽 대륙의 에너지 자원은 물론 유럽 기업이 해외에 보유한 에너지 자산까지 노리고 있는 것. 중국 국영기업인 싼샤(三峽)댐관리공사는 지난달 포르투갈의 최대 국영 전력회사인 ‘EDP’의 지분 21%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26억900만유로(4조원)로 중국이 유럽연합(EU)에 투자한 액수 중 사상 최대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석유기업 에니(ENI)의 지분 30%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에니는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 상당한 에너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시노펙이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