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굴욕의 IT기기 8선…1위 블랙베리 플레이북
소비자의 기대를 저버린 '끔찍하고 실망스런' 정보기술(IT) 신제품에 태블릿 PC인 '블랙베리 플레이북'과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3.0 등이 꼽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IT 전문매체 '더 버지'를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플레이북과 안드로이드 3.0 외에도 AMD '퓨전칩' 및 '불도저' 프로세서, 애플·인텔 프로세서 '선더볼트', 듀얼스크린 기기, 닌텐도 3DS, 니콘1 시리즈, HP 웹OS를 올해 가장 실망스런 신제품·기술로 평가했다.

다음은 이 매체가 꼽은 기대 이하 제품과 그 이유다.

△블랙베리 플레이북 =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의 태블릿 플레이북은 뻔한 하드웨어와 완성도 낮은 소프트웨어, 여기다 개발 과정의 불미스런 논란까지 가세해 '대실망' 제품 1순위에 올랐다.

판매실적도 부진했다. 플레이북은 출시 이후 석달 동안 20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는 아이패드 3일치 판매량 수준.

블랙베리의 강점도 살리지 못했고 심지어 OS 작명도 잘못됐다. RIM은 지난 10월 발표했던 블랙베리 OS와 QNX의 통합 버전인 BBX OS가 상표권 분쟁으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블랙베리10으로 OS의 명칭을 바꿨다.

△안드로이드 3.0 = 안드로이드 3.0 '허니콤' OS는 태블릿PC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주목 받았으나, 버그투성이에 자주 속도가 느려지는 등 미완성으로 드러났다.

개발자들의 허니콤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 개발도 부진했다.

모토로라의 '줌'과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등 관련 기기는 많이 출시됐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이 부실해 아이패드의 대항마로 성장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허니콤은 출시와 동시에 차세대 OS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루머가 흘러나왔고, 한마디로 허니콤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비스타 같은 존재라고.

△AMD의 퓨전칩과 불도저 = AMD는 CPU와 GPU가 결합된 '퓨전칩'을 선보였으나 아이패드가 인기를 끌고 인텔 칩이 맥북에어에 장착되는 등 설 자리가 없었다. 불도저 프로세서는 선전과 달리 탁월한 정보처리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애플·인텔의 선더볼트 = 선더볼트 프로세스는 '단일 포트' 컴퓨터라는 거창한 약속을 내걸었지만 실제 제품은 그렇지 못했고, 업계에서 아직 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듀얼스크린 = LG의 더블플레이 등 화면 두 개짜리 모바일 기기가 잇따라 나왔지만 시장에 미친 영향력이 없었다. 제품 자체의 질 문제와 앱 부족이 원인이다.

△닌텐도 3DS = 신제품 출시 발표 및 홍보 전략, 출시 시기 선정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니콘1 시리즈 = 니콘1 시리즈는 미러박스를 없앤 DSLR 카메라라는 점을 내세워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센서가 너무 작고 렌즈 개수도 부족하며 수동 조작 여지가 거의 없다는 등 단점이 두드러졌다.

미화로 649달러라는 가격도 경쟁사 제품이나 이 제품의 사양과 비교하면 너무 높았다.

△HP의 웹OS = HP는 모바일 운영체제 웹OS를 제대로 키울 의지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회사가 웹OS를 오픈소스로 개방한 것은 성과가 불투명하다는 판단 아래 적당히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HP 정도의 글로벌 기업이라면 모바일 운영체제 같은 전도양양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편 이 매체는 올해의 IT기기로 구글 안드로이드 4.0 OS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넥서스, 애플의 노트북PC 맥북에어, 4세대 이동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 아마존의 저가 태블릿PC 킨들파이어, 소니의 미러리스카메라 넥스(NEX)-5N, 스마트폰 아이폰4S와 음성을 인식하는 개인비서 '시리(Siri)', 마이크로소프트의 동작 인식 게임기 키넥트 등을 꼽았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