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통신, `오전 개시' 보도 후 北TV 오후 2시부터 `실황중계'

28일 진행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 시작 시점을 두고 외신 보도에 혼선이 발생했다.

폐쇄 사회인 북한의 특성을 재확인시킨 해프닝이었다.

첫 혼선은 이날 오전 중국과 러시아 통신사들이 김 위원장 영결식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타전하면서 시작됐다.

신화통신은 오전 10시41분(이하 한국시간) `북한이 사망한 지도자 김정일에게 작별인사를 했다'는 내용의 긴급기사를 타전했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는 오전 11시20분 `김정일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하기 위한 의식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조선중앙TV를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오전 내내 김 위원장의 과거 시찰 영상과 기록영화, 전날까지 촬영된 조문 장면 등을 내보내고, 영결식과 관련된 영상을 방영하거나 뉴스를 전하지 않았다.

홍콩의 봉황TV는 이날 정오께부터 김 위원장 조문기간에 촬영된 군악대의 연주 장면과 후계자 김정은의 조문 모습 등을 자료화면이라는 설명 없이 방영, 시청자들이 영결식 생중계를 보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북한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오후 1시57분 영결식을 '실황중계' 한다고 보도했고, 조선중앙TV가 오후 2시부터 생중계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혼선이 발생했다.

이날 김 위원장 영결식 행사는 17년 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처럼 애초 오전 10시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날 밤부터 평양에 내린 눈 때문에 4시간 정도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황중계'라는 북한 매체들의 설명이 `실시간 중계'가 아닌 지연 중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같이 영결식 시작 시점을 두고 외신 보도의 혼선이 발생한 것은 평양 현지에 상주 취재진을 둔 매체들이 자유로운 영결식 취재를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자사의 평양주재 특파원이 `28일 오전 10시 40분까지 평양체육관에 집결하되 카메라 등의 촬영도구는 불허한다'는 통보를 북한 노동신문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보도했고, AP와 UPI통신도 이날 평양발 기사에서 자체 취재한 영결식 시작 시간을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