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이 이르면 다음달 중순 진행된다. 대한생명과 푸르덴셜,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외 기업 10여곳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양그룹이 보유한 주식매수권(콜옵션) 포기 여부는 인수 후보자들의 가격과 인수 의지 등을 따져본 후 결정될 전망이다.

◆입찰 후 동양그룹 콜옵션 포기

동양생명 1월 예비입찰…10여곳 '입질'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고펀드와 동양그룹은 동양생명 매각 절차를 가급적 빠르게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매각 절차와 일정은 보고펀드에 위임됐다. 보고펀드는 이르면 내년 1월 중순 예비입찰을 통해 입찰 적격자(short list)를 선정할 계획이다.

당초 보고펀드와 동양그룹은 지분 30%에 대한 콜옵션 포기 여부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보고펀드는 동양이 사전 이사회를 열어 콜옵션을 포기해야 매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양그룹은 입찰 후 매매가격과 조건을 보고 콜옵션 포기를 결정하겠다고 맞섰다. 이 때문에 당초 이달 말로 예상했던 예비입찰 일정도 미뤄졌다.

보고펀드는 사전 콜옵션을 포기하면 동양생명 매각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동양의 논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입찰 제안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나 인수 후보자들의 인수 의지와 가격 조건 등을 가늠해볼 수는 있다.

콜옵션 포기 시점과 최저 매각가 등을 양측이 사전에 확실히 합의하지 못한 점은 앞으로 매각 절차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동양생명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회사 관계자는 “매각을 위해서는 동양그룹이 적절한 시점에 콜옵션을 분명히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동양의 의지가 강하고, 동양생명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도 많아 매각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그룹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동양생명 매각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대한생명 가장 적극적

보고펀드에 동양생명 인수 의사를 타진한 곳은 한화그룹 계열 대한생명, 우리금융지주, 미국계 보험그룹인 푸르덴셜, 캐나다 보험사 메뉴라이프와 선라이프 등 10여곳이다. 이들 회사는 매각 주관사와 비밀유지계약(CA)을 맺고 기업 정보도 받아갔다. 대부분 전략적 투자자(SI)로 보험업을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동양생명 인수를 통해 교보생명을 제치고 확고한 업계 2위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인수후보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다. 대한생명의 이런 전략이 경쟁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험업계는 예상한다.

우리금융은 인수·합병(M&A)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고 자회사(우리아비바생명)를 공동 경영하는 아비바그룹이 동양생명 인수에 반대하고 있어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잠재 후보로 분류되던 KB금융은 인수를 포기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보험업에 뛰어든 현대차그룹을 ‘최대 복병’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펀드는 아직 현대차로부터 분명한 입장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펀드가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60.7%)은 최근 시가(1만4150원)로 9200억원 규모다. 보고펀드와 동양 측은 인수 경쟁이 가열되면 매매가가 주당 2만5000원(총 1조6300억원)을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양증권(3%),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2.46%), HSBC계열 펀드(2%)도 함께 지분을 매각할 수 있어 매매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