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만기 2년인 장기 기업어음(CP)을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몇 백억원 단위로 잇따라 장기 CP를 발행하면서 회사채로 장기 차입금을 조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

2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CP 발행잔액은 총 3200억원이다. 모두 2년 만기의 장기 CP로 구성돼 있다. 이달 들어서도 12일 400억원, 13일 400억원, 14일 200억원 등 총 1000억원의 장기 CP를 발행했다.

장기 CP는 발행 절차가 간단한 데다 사실상 사모 성격으로 발행금리나 인수자 등이 시장에 공개되지 않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종 리스크가 부각된 기업의 경우 잦은 자금 조달활동이 시장에서 유동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 CP는 소량씩 분리 발행할 수 있는 데다 발행신고 의무도 없어 조달 사실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진해운이 장기 CP를 발행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효과를 염두에 둔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회사채를 발행하려다 불발되거나 발행금리가 높게 결정되면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조선 해운 건설 등 고위험 업종과 신용등급 A 이하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시황 침체로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공급 과잉과 평균운임 하락, 고정비 부담 증가로 올 3분기까지 467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총차입금은 4조3537억원에 이른다. 변정혜 동양증권 연구원은 “해운업황이 좋지 않은데 실적까지 부진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며 “계열사들의 지원 여력도 크지 않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