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대한 정부의 입장 표명과 예산국회 정상화 과정에서 청와대와 원내대표단과 긴밀한 물밑조율을 통해 조금씩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다.

파열음이 발생할 경우 `박근혜 비대위'가 출발부터 삐끗할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두 사안 모두 무난하게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도 당내에서 나온다.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20일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입장을 표명해 조문 논란에서 비켜간 것도 박 비대위원장과의 `교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박 비대위원장은 김 국방위원장 사망이 공식 발표된 지난 19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직후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이 1년여가 됐지만 아직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은 만큼 지금은 조의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 비대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조문 논란 등에 대해 청와대와 박 비대위원장 간 의견조율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청와대가 새로 시작하는 박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겠나 싶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 측 인사도 "김정일 사망 정국과 관련해서 박 비대위원장측에서 청와대나 통일부 등과 원활한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극적으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박 비대위원장이 황우여 원내대표와 원활한 의견교환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박 비대위원장은 선출 직후에 한 수락 연설에서 "국민만을 바라보는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면서 "이는 여야정쟁 때문에 잠자는 민생법안과 예산을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한 듯 한나라당은 그동안 반대해 온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표결 처리키로 하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폐기ㆍ유보ㆍ수정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한미 FTA 비준안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는데도 합의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이끌어냈다.

민주통합당 홍영표 원내대변인도 국회 정상화 합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는 여당이 양보를 많이 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지 하루만에 교착 상태였던 등원 협상이 마무리된 것은 국회 정상화에 대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