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게 식은 '닷컴 IPO'…징가, 상장 첫 날 5% 곤두박질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시장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올 들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상장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특히 2004년 구글 IPO 이후 최대 상장으로 기록된 소셜게임업체 징가(Zynga)는 지난 16일 거래 첫날부터 공모가보다 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링크트인(109.4%), 판도라미디어(39.7%) 등 상장 첫날에는 큰 폭으로 오름세를 보이던 ‘첫날 프리미엄’이 없어진 셈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발(發) 제2의 닷컴 버블’이라는 말까지 나돌던 올초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주당 10달러에 공모가가 결정된 징가의 주가는 첫 거래일인 16일 5% 하락한 9.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11달러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개장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나마 5% 하락에 그친 건 모건스탠리 등 주관사들이 물량을 떠안아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기업 IPO 시장이 얼어붙은 건 무엇보다 전체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시장을 압박하면서 지난 한 주 동안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6%, S&P500지수는 2.8%, 나스닥종합지수는 3.5% 각각 하락했다. 투자심리와 함께 IPO 시장도 위축됐다. 시장조사 회사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8월과 10월 성사된 IPO 건수는 각각 두 건에 불과했다.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도 인터넷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징가는 당초 IPO를 통해 2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성과 기업 문화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면서 10억달러로 조달 규모를 줄여야 했다. 현재는 수익을 내고 있지만 ‘팜빌’과 같은 히트 상품이 계속해서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징가뿐만이 아니다. 판도라미디어, 얀덱스, 런런 등 올해 상장한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한때 100달러에 육박했던 링크트인 주가도 최근에는 6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10대 인터넷 기업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28% 하락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내년 봄으로 예정된 페이스북의 IPO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막스 울프 그린크레스트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어떤 가격에라도 일단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고 보자던 투자자들이 실제 기업가치에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