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마지막 대통령실장을 ‘소통형’으로 낙점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청와대 인적개편의 핵심인 대통령실장에 방송 4사를 두루 거친 마당발인 하금열 SBS 상임고문을 내정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러나 앞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한나라당 체제에서 고조될 ‘당·청 갈등’의 파고를 새로운 청와대 참모진이 얼마나 순조롭게 넘길지가 과제다.

이 대통령은 10·26 재보선 패배 직후 사의를 밝힌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교체를 새해 예산안 처리 이후로 미뤘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전격 사퇴로 인사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와해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인적 개편을 미적거릴 여유가 없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새해 예산안 처리 이후 단행하려던 대통령실장 인사를 서두른 것은 청와대라도 조직을 안정시켜 국정 혼란에 대한 우려를 덜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임 대통령실장 인선은 홍 대표가 사임한 지난 9일부터 급피치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 내정자에게 “대통령실장 후보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전해졌고, 인적검증을 거쳐 11일 낮 본인에게 최종 통보됐다. 하 내정자는 그동안 한번도 언론에 거명된 적이 없는 후보였다. 그래서 의외란 반응도 나온다. 언론에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 등 주로 대통령 측근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진작부터 측근보다는 외부에서 신임 대통령실장을 찾아왔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MB인사의 고질병으로 지목돼온 ‘회전문 인사’나 ‘돌려막기 인사’란 비판을 피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참신한 인물에 관심을 가졌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는 대학 총장급 또는 언론계 중진을 중심으로 후보자를 추려 범위를 좁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개각과 관련, 공석인 특임장관과 한·미 FT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통상교섭본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장관들은 교체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