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이 지난 10월 호주에서 얻어낸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판정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번 판결로 현재 갤럭시 탭 10.1의 판매금지 가처분이 유효한 국가는 독일밖에 남지 않게 됐다. 업계는 자사 디자인과 UI(유저인터페이스)를 베꼈다는 주장을 앞세워 삼성전자에 ‘카피캣(copycat·모방꾼)’ 이미지를 씌우려고 했던 애플의 공격 전략이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법원,1심 판결 뒤집어

삼성, 호주서 애플 '특허공세' 막아냈다
호주 연방법원은 30일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갤럭시탭 10.1 판매 금지 가처분 명령에 대해 제기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은 삼성전자 측에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명백히 잘못됐다”며 “12월1일부로 판매 금지 명령을 철회한다”고 판정했다. 당시 1심을 맡은 시드니 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UI 특허 가운데 여러 개의 손가락을 이용해 기기를 구동시키는 ‘멀티터치’ 및 이용자의 손가락 움직임을 미리 예상해 구동 명령을 내리는 ‘휴리스틱스’ 기술을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며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었다.

재판부는 “내년 중순에야 본안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난 6월 출시된 갤럭시탭 10.1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영업 활동을 완전히 봉쇄하는 행위”라며 가처분 철회 이유를 들었다. 삼성전자는 판결 직후 “호주 주요 유통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다음달 중순부터 본격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날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별도로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애플 특허주장 안 먹혀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를 겨냥한 애플의 초반 특허 공격은 대부분 무위로 돌아간 모양새가 됐다. 애플은 지난 8월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서 갤럭시탭 10.1의 판매 금지 가처분 판결을 이끌어 낸 뒤,네덜란드와 호주에서도 잇따라 삼성전자 제품의 판매를 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애플의 ‘전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애플이 특허권을 주장하던 의장 디자인은 독일에서만 인정받았을 뿐 네덜란드와 호주에서는 애플 제품의 UI 가운데 한두 건만 침해했다는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를 상대로 득점을 올리고 있는 UI 부문도 애플에 그리 유리하지만은 않다. 양사가 소송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에서 최근 캘리포니아 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UI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예비 판정을 내렸다.

◆삼성도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

물론 삼성전자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는 없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법원은 지난 10월 “애플이 통신 표준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제기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지나친 로열티를 요구해왔다”며 “특허료를 내기 위한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반격했다. 이달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는 가처분 심리에서도 비슷한 전술을 펼 가능성이 높다.

또 애플은 지난 9월 초 독일에서 ‘갤럭시탭 8.9’와 ‘갤럭시탭 7.7’의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을 얻어냈으며, 삼성전자가 지난달 디자인을 수정해 출시한 ‘갤럭시탭 10.1N’에 대해서도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미국 법원에 추가로 제출한 문서에 이런 성과를 명시하기도 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