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 여류바둑 '최강' 루이9단, 한국생활 마치고···'고향 행'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 여류기사인 루이나이웨이(49·芮乃偉) 9단이 13년간의 한국 생활을 정리한다.

한국기원은 루이 9단이 이달 말 끝나는 소속기사 자격을 마치고 13년간의 국내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28일 밝혔다.

루이 9단은 1992년 '천안문 사태' 때 중국바둑기사 대표로 반정부 시위에 가담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남편 장주주(50·江鑄久)와 결혼하며 고향을 떠나왔다.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아마추어 지도와 비공식 대국 등을 펼쳐오던 루이-장주주 부부는 1999년, 외국인 최초로 한국기원의 '객원기사'로 위촉, 이듬해인 2000년에 정식 소속기사로 임명되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 한국기원 내에서도 이들의 영입에 대한 팽팽한 찬반론이 대두됐지만 불모지였던 여자바둑계 발전을 위해 영입을 늦출 수 없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더했다는 후문이다.

루이 9단은 2000년 국수전에서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을 연파하고 본격 기전에서 우승한 세계 최초의 여자기사에 등극했다. 1999년 처음 출전했던 '가그린배 프로여류국수전'에서는 통산 여덟 번의 우승과 두 차례 연속 3연패(5기~7기, 14기~16기)의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남편인 장주주 9단도 2002년 맥심배에서 우승하는 등 정상급 기사로 활동했다.

그의 활약이 개인의 성과에만 그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가 국내 프로무대를 평정하며 독주를 이어갈수록 패배를 거듭하며 맷집을 키워온 국내 여류기사들의 실력은 눈에 띄게 향상됐고,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한국 여류기사들의 평균 실력을 우회적으로 견인했다는 평이다.

그는 최근 중국 우한(武漢)에서 열린 제2회 '지력운동회(智力運動會)'에 고향인 상하이팀 대표로 참가해 개인전 우승과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었다. 당시 고향팀으로부터 중국 복귀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오랜 이국 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루이 9단은 " 지난 13년간의 한국 생활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한국기원과 한국기사, 한국 바둑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향으로 돌아가더라도 한국과 중국 양국의 바둑교류를 위해 공헌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