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LED렌즈 기술 독보적…닛산 등 외국 車회사에 공급
“아니, 이건 대체 어떻게 성형한 겁니까?”

LED(발광다이오드)렌즈 제조업체 애니캐스팅의 김성빈 대표는 지난해 해외 유통망을 뚫기 위해 일본 도요타자동차 납품업체를 찾았다. 임원들은 김 대표가 꺼내든 플라스틱 LED렌즈를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70㎜ 두께의 볼록한 플라스틱 비구면 렌즈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

플라스틱 렌즈는 너무 두껍게 만들 경우 기포나 표면 수축, 파임 현상이 일어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50㎜ 이상의 성형이 힘든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일로 애니캐스팅은 ‘기술력’으로 입소문을 탔고, 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렌즈를 납품하는 쾌거를 이뤘다.

애니캐스팅은 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연구·개발(R&D)로 국내 LED렌즈 업계를 이끌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김 대표는 “디지털 방식으로 금형 곳곳의 표면 온도와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해 원하는 플라스틱 모양을 그대로 얻어내는 초정밀 플라스틱 성형공법(DMTC)을 자체 개발한 게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산통 끝에 자동차용 비구면 렌즈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비구면 렌즈는 얼핏 구면렌즈와 비슷해 보이지만 렌즈의 3차원 중심에서 표면까지의 거리(반지름)가 모두 달라 매우 정교한 측정이 필요하다.

오차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광원이 멀리까지 도달하지 않거나 조도·색수차(色收差)가 유지되지 않아 품질 불량이 되기 때문. DMTC를 이용하더라도 완벽한 비구면 렌즈를 만들려면 정교한 측정장비가 필요한데, 비싼 장비를 구입하기엔 자금이 부족했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중기 연구개발장비 활용기술개발 사업에서 희망을 찾았다. 2008년 말 이 사업에 참여, 광주 한국광(光)기술원에 있는 측정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김 대표는 “LED 제조 설비가 있는 김해공장과 서울 본사, 광주를 1주일에도 몇 번씩 오갔다”며 “1년 넘게 설계, 금형제작, 성형, 측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원하던 제품을 개발해냈다”고 말했다.

최근 한 국 내 완성차 업체와 이렇게 만든 렌즈를 내년 출시 예정인 한 고급차 후속모델 20만대에 납품하기로 하는 계약도 맺었다.

애니캐스팅의 지난해 매출은 125억원에서 올해는 160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김 대표는 “완성차 업계에서 LED 램프를 사용하는 게 이제 막 시작 단계인 만큼 수요가 곧 폭발할 것”이라며 “5년 내 1000억원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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