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연말까지 매수 자제…내년엔 ITㆍ車 유망"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연말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 랠리)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 코스피지수는 1800선 위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식 비중을 확대할 때는 아니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내년 증시는 코스피지수 저점과 고점 간 격차가 600포인트에 육박하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주가가 오르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3명 중 2명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 주식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27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주식 비중 늘릴 때 아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현재 코스피지수(1776.40)는 다소 과매도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연말엔 1800선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응답자 중 15명(55.6%)이 연말 주가지수를 1800~1900선으로 내다봤다. 8명(29.6%)은 1900선 이상을 예상했다. 1700대를 전망한 사람은 14.8%로 적었다.

하지만 연말이 주식 비중을 확대할 시기는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63.0%(17명)는 ‘현재 주식 보유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라’고 권했다. 29.6%(8명)는 ‘주식 보유 비중을 50% 이하로 축소하라’는 의견을 냈다. 7.4%인 2명만이 ‘저가 매수에 나설 시점으로 판단해 주식 비중을 늘리라’고 추천했다.

역시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유럽 재정위기가 최대 악재로 꼽혔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시장 약세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자금 경색이 주요 원인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높은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며 “극단적 자금 경색이 풀린 이후에는 일부 경기 회복 신호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 등이 주가를 끌어올리겠지만 아직은 그 시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새해 증시 변동성 큰 ‘상저하고’

리서치센터장들은 내년 증시도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평균한 결과 하단은 1712, 상단은 2292로 나타났다. 상단과 하단의 격차는 580포인트로 올해 576.25포인트(1652.71~2228.96)와 비슷한 수준이다.

내년 증시는 연말로 갈수록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19명(70.4%)은 내년 4분기에 코스피지수가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저점은 1분기(48.1%)나 2분기(44.4%)로 전망해 뚜렷한 상저하고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이 내년 증시 반등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시점을 ‘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한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모멘텀 개선에 힘입어 시장은 점차 유럽 악재를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IT·자동차 업종 매력적

내년에 가장 눈여겨봐야 할 업종은 IT와 자동차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20명(74.1%)은 ‘내년 유망한 업종’(최대 세 가지 제시)으로 IT(전기전자 모바일 소프트웨어 반도체 포함)를 꼽았다. 이 중 4명은 IT 업종 중에서도 반도체가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내수시장이 성장할 때도 산업 성장률 측면에서 IT 업종이 가장 매력적이었다”며 “모바일 컴퓨팅 환경의 대중화 전망과 낮은 밸류에이션도 다른 섹터보다 매력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응답자 3명 중 2명은 자동차(66.7%)를 유망하다고 봤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주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수요 증가 속도는 제한적이지만 점유율 확대가 지속되면서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 설문에 응해주신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가나다순)

△구자용(대우) △김주형(동양) △김지환(하나대투) △김철범(KB투자) △박연채(키움) △박희운(KTB투자) △송상훈(교보) △안수웅(LIG투자) △양기인(신한금융투자) △오성진(현대) △용대인(동부) △우영무(HMC투자) △윤석(삼성) △은성민(메리츠종금) △이동섭(SK) △이원선(토러스투자) △이종승(NH투자) △이종우(솔로몬투자) △이준재(한국투자) △임진균(IBK투자) △조병문(유진투자) △조용준(신영) △조윤남(대신) △조익재(하이투자) △최석원(한화) △한용범(리딩투자) △황상연(미래에셋)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