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20일 당심(黨心)을 챙기며 화합 행보에 나섰다. 지난 16일 후보로 확정된 뒤 처음으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 나왔다. 그동안 정책 행보에 주력해 오다 사실상 첫 대면식을 가진 것이다.

문 후보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자신에게 전권을 위임한 것과 관련해 감사를 표한 후 “정권·정치·시대 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위임된 권한을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권 위임은) 당의 쇄신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것을 명심하겠다”며 “당 쇄신과 단결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쇄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는 기성 정당의 변화와 혁신을 촉구한 안 후보를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선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선을 그으려는 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모든 계파를 녹여내는 용광로 선대위,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열린 선대위를 구성하겠다”며 “기존 여의도 관행과는 다를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선거기획단에 당외 인사인 안도현 시인과 김영경 청년유니온 초대 회장을 선임한 것은 문 후보의 이런 뜻을 반영한 결과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도 참석했다. 문 후보는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당내 갈등을 의식한 듯 화합을 당부했다.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이길 자신이 있다”며 “문재인이 갖고 있는 브랜드와 민주당의 저력이 결합하는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조합”이라며 단결을 호소했다. 또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는 자심감을 가지고 단합하고 나를 믿어달라. 스스로 분열만 되지 않으면 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 들러 취업준비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고시생인 김한결 씨(25)가 “고시의 문이 많이 좁아졌고 돈도 많이 든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를 폐지했는데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며 “아주 큰 정부가 돼 낭비하면 안 되지만 할 일을 하는 정부를 만들려면 규모 줄이기가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21일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을 위한 심리치유센터인 ‘와락센터’를 방문한다. 내주 초엔 경선 경쟁자였던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와 회동해 대선 승리를 위한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