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K머니, 쏟아지는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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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글로벌 사모펀드 회장 訪韓 손 벌려…그리스 선박왕들 한국 증권사에 'SOS'
글로벌 사모펀드 회장 訪韓 손 벌려…그리스 선박왕들 한국 증권사에 'SOS'
세계적 사모펀드인 KKR(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의 헨리 크래비츠 회장이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KKR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했다. 운용자산이 590억달러에 이르는 KKR은 최근 인터넷 검색업체 야후 인수를 선언하고 50억달러를 모으는 중이다.
이에 앞서 480억달러를 굴리는 사모펀드 TPG(텍사스퍼시픽그룹)의 데이비드 본더만 회장도 지난 9월 국내 연기금을 두루 방문했다. 역시 투자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빅 플레이어'들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미국과 유럽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리스 선박왕들도 선박 인수 자금을 마련해 달라고 국내 증권사에 제안하는 등 한국이 유동성 공급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지난달 국내에 진출한 해외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자금을 위탁운용할 펀드를 선정하기 위해 제안서를 받았다. 국내에 진출한 헤지펀드 대부분인 12개가 제출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이 중 프랑스계 헤지펀드를 선정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최근 실시한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100개에 육박하는 해외 헤지펀드가 몰렸다. 특별한 자격 요건을 제한하지 않아 미국과 유럽 헤지펀드가 대거 몰렸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8월부터 해외 펀드 최고경영자(CEO)들의 면담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들의 펀드에 자금을 투자해 달라고 직간접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만 구애 대상인 것은 아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도 외국 금융회사들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그리스 선주로부터 5000만달러의 선박금융을 주선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내년 초 실행에 들어가는 프로젝트로 국내 조선업체가 선박을 만드는 데다 건조 후 장기운송 계약까지 맺어 놓은 상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유럽 선주가 발주하는 선박금융은 그동안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은행들이 맡아왔다"며 "한국에까지 와서 손을 벌리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 은행들이 여유가 없어지자 한국을 찾는 선주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정상 피닉스자산운용 대표는 "수십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계 금융회사로부터 한국쪽 자금을 담아 부동산펀드를 만들자는 제안을 10월 이후에만 8건 받았다"며 "채권펀드를 조성하자는 제안은 있었지만 부동산펀드 제안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빅 플레이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은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한데다 국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투자은행(IB) 담당 임원은 "한국의 유동성은 개인 금융자산 기준 2000조원에 이른다"며 "개별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 몇 조원씩 몰리는 곳은 한국시장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펀드들은 이 유동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투자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연금만 해도 운용자산 345조원 중 해외투자 비중은 12.8%에 불과하다. 공무원연금,교원공제회,사학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각각 8% 미만이다. 민간 자산운용사 중에선 미래에셋 정도만 10%를 넘었다.
연기금의 운용자산이 당분간 불어날 것임을 감안하면 해외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펀드가 국내 기관투자가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이에 앞서 480억달러를 굴리는 사모펀드 TPG(텍사스퍼시픽그룹)의 데이비드 본더만 회장도 지난 9월 국내 연기금을 두루 방문했다. 역시 투자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빅 플레이어'들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미국과 유럽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리스 선박왕들도 선박 인수 자금을 마련해 달라고 국내 증권사에 제안하는 등 한국이 유동성 공급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지난달 국내에 진출한 해외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자금을 위탁운용할 펀드를 선정하기 위해 제안서를 받았다. 국내에 진출한 헤지펀드 대부분인 12개가 제출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이 중 프랑스계 헤지펀드를 선정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최근 실시한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100개에 육박하는 해외 헤지펀드가 몰렸다. 특별한 자격 요건을 제한하지 않아 미국과 유럽 헤지펀드가 대거 몰렸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8월부터 해외 펀드 최고경영자(CEO)들의 면담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들은 자신들의 펀드에 자금을 투자해 달라고 직간접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만 구애 대상인 것은 아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도 외국 금융회사들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그리스 선주로부터 5000만달러의 선박금융을 주선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내년 초 실행에 들어가는 프로젝트로 국내 조선업체가 선박을 만드는 데다 건조 후 장기운송 계약까지 맺어 놓은 상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유럽 선주가 발주하는 선박금융은 그동안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은행들이 맡아왔다"며 "한국에까지 와서 손을 벌리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 은행들이 여유가 없어지자 한국을 찾는 선주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정상 피닉스자산운용 대표는 "수십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계 금융회사로부터 한국쪽 자금을 담아 부동산펀드를 만들자는 제안을 10월 이후에만 8건 받았다"며 "채권펀드를 조성하자는 제안은 있었지만 부동산펀드 제안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빅 플레이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은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한데다 국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투자은행(IB) 담당 임원은 "한국의 유동성은 개인 금융자산 기준 2000조원에 이른다"며 "개별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 몇 조원씩 몰리는 곳은 한국시장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펀드들은 이 유동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투자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연금만 해도 운용자산 345조원 중 해외투자 비중은 12.8%에 불과하다. 공무원연금,교원공제회,사학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각각 8% 미만이다. 민간 자산운용사 중에선 미래에셋 정도만 10%를 넘었다.
연기금의 운용자산이 당분간 불어날 것임을 감안하면 해외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펀드가 국내 기관투자가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