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와의 라이벌 관계를 의식해 일본 샤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은행 '제프리스 앤드 코'의 애널리스트 피터 마이섹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라이벌인 삼성전자를 의식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부품 공급처를 샤프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섹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본을 방문해 현지 생산 책임자들과 면담한 뒤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이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만큼 부품 공급처 다변화 차원에서 일본 업체인 샤프를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한 것으로 관련 업계에선 보고 있다.

마이섹은 "지금까지 생산능력 확대와 설비 업그레이드에 많은 투자를 해온 샤프로서는 애플과의 이번 협력이 굉장한 거래" 라며 "애플에도 샤프는 제품 생산과 관련한 통제가 가능할 뿐 아니라 저렴한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거래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또 내년 중반께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일명 'iTV'도 샤프와 합작으로 생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 마이섹을 비롯해 월가의 또 다른 투자사인 '파이퍼 제프리'의 애널리스트 진 뮌스터는 "지난 9월 아시아 부품업체들과 업계 소스를 통해 애플이 TV 프로토타입(견본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며 "내년 쯤 50인치 애플 TV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뮌스터는 "애플이 3.5인치 모바일 디스플레이부터 50인치 TV 디스플레이까지 액정표시장치(LCD)를 확보하기 위해 업체 설비들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이섹은 "삼성을 포함한 TV 제조업체들은 조만간 출시될 애플의 TV가 어떻게 생겼고 어떤 기능을 갖고 있을지 알아내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애플이 '비정질 TFT 디스플레이'로 알려진 제품의 변형된 버전을 선보이기 위해 샤프의 사사키 공장 생산라인을 이용해 일명 'iTV'로 알려진 제품을 내년 2월부터 양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TV 업체들의 경우 소프트웨어(SW)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없기 때문에 기술적 측면에서 애플에 6~12개월 정도 뒤져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애플은 최근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디스플레이를 공급받기 위해 5억~10억 달러를 지불하고 샤프의 생산시설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플 대변인인 스티브 다울링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