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출산ㆍ육아에 발목 잡힌 '알파걸'…과학강국 '男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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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인재 10만명 키우자
<4부> 창조형 국가로 가는 길 - (4) 잠자고 있는 인재를 깨워라
R&D분야 여성비율 17%…美·英·佛 등에 크게 못미쳐
보육시설 의무설치 확대…채용할당제 비율 늘려야
<4부> 창조형 국가로 가는 길 - (4) 잠자고 있는 인재를 깨워라
R&D분야 여성비율 17%…美·英·佛 등에 크게 못미쳐
보육시설 의무설치 확대…채용할당제 비율 늘려야
"과학계에도 여성의 소프트 파워가 먹혀들고 있다. "
'마이크로RNA' 연구로 한국의 첫 노벨 과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를 두고 최근 학계에서 내리는 평가다. 김 교수는 성장과 노화 등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유전물질인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과 관련 핵심 효소를 최초로 밝혀내며 한국 여성 과학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마이크로 RNA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쓸모없는(junk) 유전자로 여겨져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신체 구성 물질이었지만 그의 연구 덕에 이제는 '난치병 치료의 핵심 열쇠'가 됐다.
김 교수 외에도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유명희 미래전략기획관 등 여성 과학자들이 잇달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이공계 '알파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여성과학자 아다 요나스가 20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뒤 국내 여성 과학계는 한층 고무돼 있다.
문애리 덕성여대 약대 교수는 "최근 연구 방향은 갈수록 섬세함과 꼼꼼함,타인과의 협업 등 소프트한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융합'과 '소통'이라는 산업 트렌드를 감안할 때 앞으로 여성 인력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소프트 파워가 '스트롱코리아'로 가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이라는 얘기다.
◆'한창' 때 경력 끊겨 경쟁력 약화
아직 한국의 여성 인력 활용률은 낮은 편이다. 2010년 현재 국내 연구 · 개발(R&D) 분야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7%로 라트비아(52.7%) 미국(32.5%) 프랑스(27.5%) 영국(26%) 등 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지난해 이공계 학위 취득자 중 여성 비율이 학사 30.7%,석사 23.8%,박사 22.1%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이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한다는 얘기다.
여성 과학자들은 출산과 육아가 스타 과학자 탄생의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가사를 분담하는 문화가 정착된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영미 성결대 공과대학장은 "한창 연구 경력을 쌓을 나이에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탓에 연구 트렌드를 놓치고 감을 잃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연구기관이나 기업들도 채용 시 '최근 ○년간의 연구 성과'를 요구하거나 인사고과나 승진 시 임신 · 출산 기간을 배려하지 않는 탓에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쌍희 유망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 부회장은 "여성 연구원 중 다수가 고위직에 오르지 못하고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남는다"며 "연구비 지원율도 낮아 연구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갈수록 경쟁력을 잃는 악순환 고리에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여성이 마음놓고 연구할 환경 조성을
여성 과학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남성과 동등하게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순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이미 국내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잠재력은 선진국 과학자들이 인정할 만큼 뛰어난 수준"이라며 "기업체나 연구기관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 등에 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해 여성 연구 인력들이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용할당제 등을 통해 15~20% 수준인 이공계 여교수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사비나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출산 · 육아 휴직 등을 마친 뒤 연구 현장이나 학교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며 "현장 적응 프로그램,근무 역량 향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여성 스스로 엔진을 재점화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마이크로RNA' 연구로 한국의 첫 노벨 과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를 두고 최근 학계에서 내리는 평가다. 김 교수는 성장과 노화 등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유전물질인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과 관련 핵심 효소를 최초로 밝혀내며 한국 여성 과학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마이크로 RNA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쓸모없는(junk) 유전자로 여겨져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신체 구성 물질이었지만 그의 연구 덕에 이제는 '난치병 치료의 핵심 열쇠'가 됐다.
김 교수 외에도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유명희 미래전략기획관 등 여성 과학자들이 잇달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이공계 '알파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여성과학자 아다 요나스가 20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뒤 국내 여성 과학계는 한층 고무돼 있다.
문애리 덕성여대 약대 교수는 "최근 연구 방향은 갈수록 섬세함과 꼼꼼함,타인과의 협업 등 소프트한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융합'과 '소통'이라는 산업 트렌드를 감안할 때 앞으로 여성 인력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소프트 파워가 '스트롱코리아'로 가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이라는 얘기다.
◆'한창' 때 경력 끊겨 경쟁력 약화
아직 한국의 여성 인력 활용률은 낮은 편이다. 2010년 현재 국내 연구 · 개발(R&D) 분야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7%로 라트비아(52.7%) 미국(32.5%) 프랑스(27.5%) 영국(26%) 등 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지난해 이공계 학위 취득자 중 여성 비율이 학사 30.7%,석사 23.8%,박사 22.1%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이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한다는 얘기다.
여성 과학자들은 출산과 육아가 스타 과학자 탄생의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가사를 분담하는 문화가 정착된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영미 성결대 공과대학장은 "한창 연구 경력을 쌓을 나이에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탓에 연구 트렌드를 놓치고 감을 잃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연구기관이나 기업들도 채용 시 '최근 ○년간의 연구 성과'를 요구하거나 인사고과나 승진 시 임신 · 출산 기간을 배려하지 않는 탓에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쌍희 유망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 부회장은 "여성 연구원 중 다수가 고위직에 오르지 못하고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남는다"며 "연구비 지원율도 낮아 연구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갈수록 경쟁력을 잃는 악순환 고리에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여성이 마음놓고 연구할 환경 조성을
여성 과학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남성과 동등하게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순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이미 국내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잠재력은 선진국 과학자들이 인정할 만큼 뛰어난 수준"이라며 "기업체나 연구기관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 등에 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해 여성 연구 인력들이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용할당제 등을 통해 15~20% 수준인 이공계 여교수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사비나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출산 · 육아 휴직 등을 마친 뒤 연구 현장이나 학교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며 "현장 적응 프로그램,근무 역량 향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여성 스스로 엔진을 재점화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