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신청 남발, 상장사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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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신청만으로 주식거래 정지…일부 소액 채권자, 돈 받아내려 악용
상장회사에 대한 파산신청이 악용되고 있다. 소액 채권자들이 돈을 받아내기 위해 파산신청을 하면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점을 활용해 파산신청을 남발하고 있어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채권자로부터 파산신청을 당한 상장사는 블루젬디앤씨를 포함해 9개사에 이른다. 작년 3개사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엘앤씨피는 지난달과 이달 두 번이나 같은 채권자로부터 파산신청을 당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에는 하루,이달에는 4일 동안 거래가 정지됐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는 채권을 가진 것만 확인할 수 있으면 금액에 관계없이 누구나 파산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파산신청을 제기하면 거래소는 곧바로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진짜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는다. 파산신청을 취하해 거래가 재개돼도 주가는 내림세를 탄다. 엘앤씨피 주가는 처음 파산신청을 당한 10월7일 이후 50.4% 하락했다. 지난달 24일 파산신청 사실을 공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케이비물산 주가도 1560원에서 이날 605원으로 61.2% 추락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파산신청만으로도 주식거래가 정지되다 보니 회사로서는 파산신청을 제기한 채권자의 채무를 우선 갚아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강욱 ACPC 부사장은 "소액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며 "자기자본의 5% 이상 등 일정액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가 제기하는 파산신청에 대해서만 거래소가 매매거래를 정지시키는 등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u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