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출이 급속히 부실화되고 있다고 한다. 은행들이 서민들에게 생계자금이나 사업자금을 대주는 새희망홀씨대출의 연체율이 급속도로 높아져 일부 은행은 5%를 넘어서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새희망홀씨대출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화두로 내걸면서 은행들이 서민 지원 차원에서 도입했던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이 상품은 무엇보다 대출금 상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저금리로 지원한다는 원천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은행들이 리스크를 이유로 취급을 꺼려 처음부터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이유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할당액을 20%나 늘리고 새희망홀씨 대출실적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키로 하자 은행들이 부실이 뻔히 보이는데도 앞다퉈 대출 경쟁에 뛰어드는 기현상을 빚어왔던 것이다. 지난달에는 할당 채우기 경쟁에 대출액이 무려 1460억원이나 됐다니 연체율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희망홀씨대출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은행과 대기업을 동원해 강력히 추진해온 미소금융도 연체율이 7%에 육박했고 햇살론 등 다른 서민금융상품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민들에 대한 선심성 대출은 서민들을 빚더미에 앉히겠다는 뜻과 다를 게 없다. 농어민과 서민들에 대한 연체이자 면제와 원금 탕감이 타성처럼 이어져온 터라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모럴해저드가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어서다. 서울보증보험이 생계형 서민 채무자 19만명의 빚 1조원을 탕감해줘 논란이 됐던 것이 불과 4개월 전이다. 한국장학재단도 며칠 전 대학학자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5600여명을 구제해 주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나.

이런 식이라면 대출을 받은 서민들은 3~4년 뒤면 모두 신용불량자가 될 수밖에 없다. 서민대출에도 시장원리가 적용돼야 하는 이유다.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해주려면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대출을 늘려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금융회사들은 그에 맞는 금리를 받도록 해줘야 한다. 캐피털 대부업체와 같은 서민금융회사가 할 일을 정부와 은행이 맡다 보니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서민 대출의 부실화는 처음부터 예견됐던 바다. 기어이 일이 터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