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후원도 없고 와서 돕겠다는 자원봉사자도 아예 없네요"

중증 정신 장애인 50여명이 모여사는 강원도 홍천 서면 산골마을의 '실로암 연목 복지시설'.

88년도부터 장애인 생활공동체를 운영하며 이들을 돌보고 있는 한승주(55) 목사는 "올해처럼 살림이 어려운 적도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빨랫감은 쉴새 없이 나오지만 1천400만원 가량 하는 50㎏ 대형 세탁기를 마련할 돈이 없어 고장이 밥 먹듯이 나는 중형 세탁기 서너 대로 몇 개월째 버티고 있다.

한 목사는 "후원도 기부도 없는 상황에서 당장 닥쳐올 겨울에 필요한 연탄과 쌀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선의나 신뢰를 잃어버린 듯하다"고 말했다.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을 하루 앞둔 22일 강원도 내 사회복지시설과 단체들은 한목소리로 다가올 겨울을 걱정했다.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강릉종합사회복지관의 한 관계자는 "기업 후원은 꾸준히 있는 편인데 개인 소액 기부자는 해마다 줄어 올해 40여명만 남았다"며 "겨울철 저소득층 난방을 위한 유류비 지원이 절실한데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저소득층 어린이 1:1 결연 후원 신청자가 없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후원자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저소득층 가정에 무료로 연탄을 지원하는 춘천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경기가 침체하면서 기존의 기름ㆍ가스 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교체하는 가정은 느는데 기부 물량은 줄어들어 고민에 빠졌다.

연탄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 경기가 안 좋다보니 후원금을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줄이는 식으로 기업이나 단체 후원금 규모가 줄었다"며 "그래도 후원자들 중에는 '올해는 주머니 사정이 안좋아서.. 대신 몸으로 도울게요'라며 배달봉사를 자원하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은 "작년 구제역 등 여러 악재가 겹쳐 후원금이 줄었는데 올해는 별다른 요인이 없는데도 후원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며 "11월 말 현재 작년 같은 기간의 83% 밖에 모금이 안돼 12월 정기모금 캠페인에서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r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