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국립고궁박물관은 재일교포 하정웅 씨(72)가 기증한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과 영친왕 부부 관련 자료를 22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 특별전시한다.

이번 ‘하정웅 기증전-순종 황제의 서북 순행과 영친왕·왕비의 일생’ 기획전에는 하씨가 2008년 12월 주일본 한국대사관을 통해 기증한 영친왕비 사진과 서신류,기타 유품 등 610건 중에서 고른 자료을 선보인다.순종 황제가 1909년 1월27일부터 2월3일까지 당시 남대문역(현 서울역)을 출발해 평양,신의주 등지의 한반도 서북지역을 순행한 전체 일정을 기록한 ‘순종황제의 서북 순행’사진첩과 영친왕 휴대용 수첩,영친왕비 일기 등이 나온다.

영친왕 휴대용 수첩은 영친왕이 일본을 비롯해 유럽,미주 지역을 순방하며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노트다.이에는 일본이나 프랑스 교육제도와 농업의 중요성 등에 대한 생각이 엿보인다고 박물관측은 설명했다.또 1919년 한 해 동안 쓴 영친왕비 일기에는 결혼을 한 해 앞둔 신부로서 설렘과 영친왕에 대한 그리움이 잘 드러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영친왕 부부의 유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사진 100여 점도 전시된다.기증자료 외에도 영친왕비가 창덕궁 낙선재에서 사용한 가구와 생활 소품,직접 만든 자수병풍과 회화도구 등도 선보인다.이들 유품은 1989년 영친왕비 사후 고궁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오사카 출신 재일교포 사업가이며 미술품 수집가인 하씨는 1974년 봄 창덕궁 낙선재에서 미술품 바자회를 준비 중인 영친왕비를 만난 인연으로 영친왕비와 친분을 유지하다가 왕비 사후 관련 유품을 인수하게 됐다고 박물관측은 말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