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8일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한다는 당론에 따라 표결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강행처리는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결사저지를 외치며 한편으론 '시간벌기'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비준안 처리의 D데이를 24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표결 강행 절차,방식 등에 대한 내부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부에선 '표결 강행은 합법적 의사진행'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의원총회의 결론으로 이제 논의는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비준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달라고 공식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고 합의문서를 요구한 데 대해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건 미국 의회인데 이해할 수 없고 제일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래 기다릴 수 없다"며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야당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는 동시에 직권상정에 대한 당위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다 했는데도 민주당은 반대 구실 찾기에만 골몰한다"고 비판한 뒤 "한나라당이 역사 앞에 책임지는 자세로 당당히 나아갈 수밖에 없는 고충을 국민은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몸싸움을 거부하는 일부 협상파 의원들도 표결엔 응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법에 따른 표결처리를 하면 표결에 참여해 의사를 밝히겠다고 한 협상파 의원이 다수"라고 말했다. 온건파 의원들은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여야 협상파 의원들로 구성된 '6인 협의체'도 논의를 재개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강행처리에 나설 경우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전에 국회 외통위 차원에서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양측간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준안 표결에 참석해야 한다는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발언을 지적하며 "일부 젊은 지자체장들이 잘못된 인식으로 당의 전선에 타격을 줘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비준안 처리를 12월2일 예산안 처리 이후로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가 처음으로 법정기한 내 예산안 처리를 위해 순조롭게 심의하고 있는 가운데 FTA로 정면 충돌하면 예산안뿐 아니라 중소기업 적합업종 관련 법과 선거구획정문제 등 모든 사안이 엉망이 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21일 의총을 열어 구체적인 저지 방법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김정은/김형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