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매력적 투자 대안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손실 위험은 제한적인 데 반해 상승 여력은 커져서다. 때문에 일부 기관은 경쟁적으로 스팩 주식을 담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의 손실을 참지 못하고 스팩펀드 환매에 나서는 모습이다.

◆손실 위험 없는 스팩

지금 스팩株 사두면 돈 번다는데…
국내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대표는 18일 "스팩 주식을 사서 1~2년만 보유할 수 있다면 무조건 수익이 난다"며 "장학기금 등 일부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스팩 펀드나 직접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스팩 주식은 무위험 자산으로 평가된다.

스팩은 공모자금 대부분을 합병 실패에 대비해 금융회사에 맡겨둔다. 대우증권스팩 등 초기 상장한 스팩은 공모액 중 95~96%를 예치했다. 작년 7월 이후 상장한 모든 스팩은 예치비율이 100%다. 스팩이 상장 3년 이내에 합병하지 못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면 스팩 주주들은 예치된 공모자금에 연 3~4%의 3년치 이자를 더해 돌려받는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상장 1년된 스팩 주식을 사서 2년 뒤 청산하면 3년치 이자를 2년 만에 돌려받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리스크도 크지 않다. 만약 스팩의 합병 대상 기업이 주가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면 주총 때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된다. 이 경우 스팩은 주주들로부터 공모가 이상에 주식을 되사줘야 한다. 공모가가 1000원인 스팩의 현 주가가 900원이라면 일단 매수한 뒤 합병 발표를 반대해 11%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합병 대상 기업이 매력적이서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오른다면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최근 금융 당국이 스팩의 합병 대상 기업 가치평가를 자율화했기 때문에 바이오 등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기업이 스팩을 선택할 가능성도 커졌다.

◆기관은 사고,개인은 환매

최근 기관이 스팩 주식을 대거 편입 중인 이유도 위험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지분 5% 이상 보유 스팩을 기존 1곳에서 4곳으로 늘렸다. 지난 7일 케이비게임앤앱스스팩 지분 5.09%(43만8478주)를 보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15일 동양밸류오션스팩 5.08%(25만1156주),17일 한화SV명장제1호스팩 지분 5.01%(21만625주)를 취득했다고 잇달아 공시했다. 모두 현재까지 합병 계획이 없는 스팩들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스팩 투자는 보장된 수익이란 판단 때문"이라며 "지분 5% 미만을 갖고 있는 스팩도 여러개 있다"고 말했다.

스팩 투자가 활발한 머스트투자자문도 이달 들어 한화SV명장제1호스팩 지분을 5.26%에서 9.14%로 늘린 데 이어 한국투자신성장1호스팩 지분 5.16%를 신규 취득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스팩 관련 펀드를 대거 환매 중이다. 동부자산운용은 15일 이트레이드1호스팩 지분율을 7.92%에서 5.91%까지 낮췄다고 밝혔다. 하이제1호스팩(8.5%→6.5%) 한화SV명장제1호스팩(10.22%→8.45%) 한국투자신성장1호스팩(5.19%→3.78%) 등도 대거 처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