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낸 弔花 다시 팔린다
서울 유명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 장례식장들이 조화를 재사용해 판매하는 유통업자들과 '검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본지가 서울 유명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수도권 일대 장례식장을 취재한 결과 이들 대형 장례식장은 조화를 폐기한다는 명분으로 수거 업체에 일정 금액의 수거비(8000~1만원)를 받고 사용한 조화 수거를 묵인하고,수거 업체들은 이를 조화제작 업체에 수거비의 두 배 정도(1만5000~2만원)를 받고 넘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화제작 업체는 장례식장에서 막 가져온 조화에서 리본을 떼내고 상한 국화를 부분적으로 교체해 10만~15만원에 재탕 조화를 팔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 1018곳(서울 77곳)과 결혼식장 1639곳에서 한 해 사용하는 화환은 모두 700여만개.장례식장이 365만개,결혼식장 195만개,나머지는 회갑연 등에서 쓰인다. 화훼업계에서 추정하는 조화의 재사용률은 30~50%(108만~182만개).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시장 규모는 1000억~2700억원에 달한다. 전체 화환의 추정 재탕률은 20~30%(140만~210만개)로 최고 3000억원 이상의 시장이라고 유통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법적 단속 근거조차 마땅히 없어 화훼 생산농가 등 국내 화훼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화(弔花)가 조화(造化)를 부리는 셈이다. 현행법상 '조화 재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농식품부는 한국화원협회,한국절화(切花)협회 등 민간단체와 협력해 '재사용 화환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결혼 · 장례식장 내 화환 폐기시설 설치 및 운영을 권고하고 있지만 대부분 장례식장의 비협조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서울아산병원과 충남대병원은 자체 파쇄기를 갖췄고,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자체 폐기하는 정도다.

전문가들은 미풍양속인 것처럼 정착한 화환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고응배 성균관 전래부장은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데 화환 문화는 꽃 보내기 문화가 뿌리내린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라며 "유교 전통에도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화환이 아니라 부조를 하거나 쌀 등을 보내주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문제 전문가인 송보경 서울여대 명예교수는 "위로부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화환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려는 인맥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이현일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