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면도하는 데 평생 3000시간을 쓴다고 한다. 면도의 역사는 2만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대 동굴벽화에 조개껍데기나 상어 이빨로 수염을 깎는 남자의 모습이 나온다는 점에서다. 소비자들이 흔히 쓰는 T자형 수동 면도기가 등장한 것은 1903년이며,전기 면도기는 그보다 반세기 이상 지나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피부 보호하는 면도법은

남성이여, 턱선에 자신감을 세워라!
면도기는 크게 일반면도기(습식)와 전자면도기(건식)로 나뉘는데,각각 나름의 장 · 단점이 있다. 습식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피부를 베기 쉽고 날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건식은 전기모터를 사용해 사용이 쉽고 얼굴에 상처가 나지 않는 반면 잘 관리하지 않으면 냄새는 물론 세균까지 번식할 수 있다. 세안하지 않고 면도하면 피부가 유독 따끔거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염은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따뜻한 물로 팽창시켜 주변의 피지와 노폐물을 먼저 제거해줘야 면도가 수월하다. 수염에 2분 동안 물을 충분히 흡수시키면 면도에 들어가는 힘을 7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면도할 때는 수염의 강도가 약한 부위인 볼,얼굴 옆면,목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턱,입술 주위,콧수염처럼 억센 부위는 나중에 한다. 수염이 난 방향을 거슬러 반대 방향으로 면도하면 피부 각질층이 손상될 수 있다. 면도가 끝나면 얼굴을 찬물로 헹구고 가볍게 두드려 말린 뒤 애프터셰이빙 제품이나 보습제를 발라준다.

◆최신 면도기 출시 '날선 경쟁'

국내 면도기 시장은 연간 800억원대로 추산된다. 습식에선 '질레트',건식에선 '필립스'가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쉬크''브라운''파나소닉' 등 글로벌 브랜드와 토종 업체 '도루코' 등이 최신 기술을 집약한 고급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경쟁 중이다.

질레트가 지난달 출시한 '퓨전 프로글라이드'는 면도날을 더욱 얇고 섬세하게 만들어 면도 느낌을 부드럽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질레트 퓨전 이후 6년 만의 신제품이다. 셰이빙 젤을 얼굴에 고르게 분산시키는 컴포트 가드,불규칙하게 난 수염을 면도날 방향으로 모아주는 마이크로 콤,얼굴 곡선을 지나는 면도날의 모양을 잡아주는 서스펜션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담은 '야심작'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일반 면도기(매뉴얼)는 1만2900원,진동 면도기(파워)는 1만6400원이다.

필립스가 지난 9월 내놓은 '파워 터치'는 바쁜 아침에 간편하게 사용하려는 남성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3중 면도날과 함께 피부 속 수염까지 면도하는 특허 기술을 적용했으며,가격은 13만9000~31만9000원이다. 함께 출시된 '아쿠아 터치'는 샤워하면서도 쓸 수 있게끔 완전 방수 처리한 건식 · 습식 겸용 면도기다. 피부에 닿는 부위가 곡선으로 처리돼 있어 피부 마찰을 최소화했으며,가격은 15만9000~21만9000원이다.

◆워런 버핏도 면도기에 꽂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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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서 보면 면도기는 '숨어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전기면도기는 웬만한 정보기술(IT) 기기나 가전제품 못지않게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날 면도기도 소모품인 날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특성상 꾸준한 후속 매출을 보장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매일 밤 남성들의 수염이 자랄 것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며 질레트 주식에 투자했던 것도 이런 점을 간파한 데 따른 것이다. 질레트 주식은 버핏에게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준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