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결국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강행처리로 가닥을 잡았다. 이제 남은 건 결행 시점이다. 본회의가 열리는 24일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7일 밤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당론을 정했다"며 "어떻게 보면 인내의 한계까지 온 것 같다. 이제 민주당이 정략에만 얽매이지 말고 의회에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7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마라톤' 의총에는 의원 148명이 참석해 66명이 발언했다.

강경론이 대세였다. 좀 더 참아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많진 않았다. 장제원 의원은 "더 이상의 협상은 의미 없다"며 "지도부는 시한을 정하고 본회의 때 책임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 역시 "대부분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국익에 부합하면 책임처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옥임 의원은 "표결처리하러 가는 여당 의원들을 막는 것이야말로 몸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여야간 협상을 주도해온 황우여 원내대표도 "원내대표로서 의원들에게 송구스럽고 국민 앞에 부끄럽다"면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내주 초까지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 · 미 FTA 비준안 통과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나라당은 물밑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15일 외통위에서 '협상파' 원내대표단 소속의 김세연 의원과 외유중인 차명진 의원을 빼고 안상수,이윤성 의원을 투입하는 사보임을 단행했다. 이들은 비준안의 조속 처리를 주장해온 친이(친이명박)계 4선 중진이다.

물론 변수도 있다. 당 내 협상파는 한때 50여명에 달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새 제안 이후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이들이 몸싸움 대열에 동참할지 여부다. 의원들 상당수는 민주당의 물리적 저지에 부담을 느낀다. 20여명은 몸싸움을 할 경우 차기 총선에서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온건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단독처리의 명분을 쌓고 협상파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처리 시점을 본회의가 열리는 24일이 아닌 12월2일로 넘기자는 주장도 나온다.

야당의 물리적 저지를 피할 수 없다면 새해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인 이날에 내년도 예산안과 '패키지'로 처리하자는 복안이다. 홍 대표는 22일까지 초선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한 · 미 FTA 비준동의안 표결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김정은/김재후/도병욱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