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된 분야의 대기업들이 마땅한 법적 대응수단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종을 선정한 동반성장위원회가 민간 기구여서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기업 3~4곳이 최근 국내 대형 로펌들에 중기 적합업종 선정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방안이 없는지를 문의했다. 로펌들은 그러나 법적 대응은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중기 적합업종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선정돼 구속력도 없고 같은 이유로 법적 절차로 막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동반성장위는 위원 25명이 모두 공무원이 아닌 신분으로 구성된 민간기구"라며 "업종 선정 자체가 어떤 행정절차가 아니어서 행정소송을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형 로펌 변호사는 "정부가 중기 적합업종에 근거해 대기업의 진입을 막도록 중소기업기본법에 고시 같은 것을 만든다면 그때서야 소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동양 성신양회 아주산업 유진기업 삼표 등 대형 레미콘 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레미콘공업협회는 지난 9일 동반성장위에 "레미콘의 적합업종 선정 철회를 위해 법적 · 행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강력 대처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협회는 공문에서 "자율합의가 아니라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된 적합업종 선정 과정의 문제점이 많고 이로 인해 레미콘 시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적합업종 선정 결과 일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발광다이오드(LED) 분야 대 · 중소기업과 학계,연구계가 결성한 협의체인 LED산업포럼도 같은 날 적합업종 지정을 잠정 유보해 달라는 공식 입장자료를 발표했다.

정부가 중기 적합업종을 법제화할 경우 치열한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이미 중소기업청의 '레미콘에 대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 공고'에 대해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 대형 레미콘 회사 11곳이 중소기업청장을 상대로 낸 공고 무효확인 소송에서 "중소기업 보호라는 목적의 정당성에 비춰 고시 및 공고로 인한 공익적인 측면이 사익보다 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형 레미콘 업체들은 개정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에 따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 및 직접구매 대상 품목에 레미콘이 포함되자,레미콘 시장에서 자신들의 진입을 막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지난해 11월 소송을 냈다. 업체들은 항소를 검토 중이다.


◆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향후 3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의를 통해 대기업이 사업을 철수하거나 확장을 자제하게 한다.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