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 잇는 家嶪…2세가 뛴다] "어머니가 살린 회사…최고 車부품사로 키울 것"
자동차부품회사인 오토젠의 이연배 회장(65)은 10여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면 아직도 몸서리가 쳐진다. 멀쩡하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파산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었다. 대우자동차에 보디부품을 공급하던 이 회사는 1999년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생존의 기로에 섰다. 이 회장은 가진 재산부터 팔았다. 거래은행,금융감독원 등을 발이 부르트도록 찾아다녔다. 이 회장의 집념에 직원들도 마음을 움직였다. 자진해서 성과급을 반납하는 등 힘을 보탰다. "기적적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믿고 따라준 직원들 덕분이었죠.그래서 '행복한 회사,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려고 합니다. "

어머니와 함께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군 제대 직후 곧바로 입사했던 아들 조홍신 사장(40)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 덕분에 이젠 어떤 위기가 닥쳐도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며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강한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혹독한 시련이 오히려 보약

오토젠은 이 회장의 남편 조용선 명예회장(72)이 1975년 흥진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회사다. 대우전자(당시 대한전선)에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 부품을 공급하다가 1980년 대우자동차(현 GM코리아) 협력업체가 되면서 자동차부품회사로 변신했다.

사회공헌사업에 전념하던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대우 사태가 터지고 나서였다. 평소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는 조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회장이 자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는 동안 아들 조 사장은 생산현장을 지켰다. 조 사장은 회사 근처에 더운 물도 안 나오는 골방에 기거하며 밤늦도록 회사를 돌봤다. 3년 넘게 생산라인에서 용접과 프레스 작업을 직접 했다.

대우사태의 그늘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8월이었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이 신차 칼로스를 생산한 것이 계기였다. 조 사장은 "그때부터 주문물량이 늘어나 꼭 4년 만에 주야 2교대 근무를 재개했다"고 회고했다.

이런 세월은 오토젠에는 도리어 약이 됐다. 이 회장은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면서 경영진과 직원이 쌓은 신뢰가 회사 성장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 세계 일류 회사로 키울 것"

오토젠은 2008년 GM으로부터 '올해의 베스트 협력사 상'을 받았다. GM이 전 세계 4000여개의 1차 협력사 가운데 품질 가격 등이 우수한 협력사에 매년 주는 상이다. 오토젠이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회사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2000년 8월 기술연구소를 세웠다. 기댈 것은 오직 기술력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덕분에 이 회사는 연료절감에 필수적인 부품 경량화 기술 등을 남들보다 앞서 확보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조 사장은 "GM코리아뿐 아니라 GM본사에도 부품을 공급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세계 일류 자동차 부품 회사로 키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은 나눔과 행복이다. 해마다 전 직원의 집으로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보내주고 있다. 3년 전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금연 운동도 시작했다. 초기에는 월급의 50%를 금연 인센티브로 주는 파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윤만 추구하기보다는 더불어 나누는 회사로 만들어 갈 작정"이라고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