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역량 대졸보다 탁월"…인사 담당자 "고졸 저평가 심해"
서울시는 14일 우리은행,롯데백화점 등 6개 기업과 공동으로 '서울시 특성화고등학교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엔 서울시내 78개 특성화고가 모두 참여했다. 그동안 고졸자 대상 채용 박람회는 많이 열렸지만,지방자치단체 주관으로 채용설명회를 연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설명회가 열린 시청 서소문 별관 13층 대회의실은 200여명의 학생들과 취업담당교사,각 기업 인사담당자들로 성황을 이뤘다.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회사 설명을 수첩에 일일이 받아적는 등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참여 기업의 인사담당 간부들은 현장에서 설명회와 면접을 동시에 진행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이 각각 영업관리직 1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우리은행은 사무직 인턴 10명을 뽑았고,클라쎄오토와 페이레티도 5명,2명씩 청년인턴을 채용했다.
각 학교 취업담당교사들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졸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갑 해성국제컨벤션고 취업정보부장은 "특성화고 취업반 학생들은 컴퓨터활용능력,전산회계 등 평균 5~6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며 "별도 실무교육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조광규 롯데그룹 인재확보위원회 책임(매니저)은 "특성화고 학생들을 뽑으면 실무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대졸자들보다 오히려 나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기존에 대졸직만 채용하던 영업 · 관리직까지 이번 특성화고 채용직종에 포함해 학생들을 선발했다. 인사담당자들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업무 자세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이종건 우리은행 인사부 과장은 "고졸 채용자들은 대졸자에 비해 순수한 데다 스펀지처럼 지식을 빨아들이려는 자세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 사무직 면접을 본 김상하 학생(일신여상 3학년)은 "고등학교 때 취득한 자격증과 실무 역량을 통해 충분히 회사에 가서도 잘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해성국제컨벤션고 3학년인 김순희 학생은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일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입사 기회가 생겼을 때 직장에서 일한 후 나중에 대학에 가더라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지도교사들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선(先)취업,후(後)진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윤훈 일신여상 취업지도부장은 "요즘 대졸자들의 취업이 어렵지만 특성화고 졸업생들에게는 오히려 취업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며 "대학을 나중에 가더라도 우선 취업을 하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고졸 채용자 붐이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특성화고 학생들을 채용하는 게 기업에도 실제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희망한다"며 "정부와 지자체도 함께 고졸자 채용에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