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 외면하는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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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속보]세계 8위 조선업체인 성동조선해양의 정상화가 채권단 갈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채권 규모가 4번째로 많은 국민은행이 정상화에 어깃장을 놓고 있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9월 자율협약 형태로 성동조선해양을 관리하고 있는 채권단이 업체에 우선 지원하기로 의결한 돈 2500억원 중 600억원을 내지 않았다.
처음에 국민은행은 “회사를 어떻게 정상화할 지 정하지도 않았는데 돈부터 내는 방안은 내부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발뺌했다.국민은행의 채권지분율이 7.63%에 불과해 수출입은행(47.40%) 무역보험공사(18.80%) 우리은행(15.69%) 등의 채권단은 국민은행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차로 급한 돈 2500억원을 성동에 지원하는 안을 의결했다.
문제는 며칠 뒤 국민은행이 ‘반대채권자의 채권매수청구권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나머지 채권단에 보내면서 불거졌다.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기업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회사의 채권단의 의결내용에 반대할 경우 1주일 내로 채권매수청구권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성동조선해양을 지금 청산하는 것이 더 낫다’는 쪽에 표를 던진 것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다른 채권단은 회사를 살리려고 하는데 국민은행만 혼자서 내 몫을 먼저 챙겨갈 테니 내놓으라고 요구한 셈”이라며 “나머지 채권단은 졸지에 국민은행처럼 돈을 제 때 챙겨가지 못하는 바보가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은행은 수출입은행이나 우리은행처럼 성동조선해양에 대규모 대출을 해 준 적이 없다.성동조선해양에 환헤지 파생상품을 팔았는데,금융위기 후 환율이 예상범위 밖으로 크게 올라 성동이 2565억원을 갚지 못하자 채권자가 된 경우다.국민은행이 성동에 지원한 선수금지급보증(RG)은 984억원,대출은 20억원으로 채권 비율이 낮은 농협(5.52%)보다도 금액이 적다.기업활동에 대한 지원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국민은행의 ‘청개구리’ 노릇은 다른 채권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한 곳이라도 먼저 돈을 챙겨 나가는 채권 금융회사가 생기면 다른 금융회사 담당자들에게도 ‘빨리 빠져나오라’는 경영진의 압력이 생기는 까닭이다.채권단 관계자는 “당장 담보물건이 확실한 지방은행들이 회사를 지금 청산하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 분열이 생기면 성동조선해양 정상화는 어렵다.지난 10월 중순까지 회계법인 삼정KPMG가 실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은 2015년까지 아무리 적어도 1조원 이상을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딜로이트안진이 재실사한 결과도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대규모 추가 지원을 위해서는 채권단 대다수의 동의가 필수적이지만,국민은행을 비롯한 반대파의 채권비율이 25%를 넘을 경우 이대로 회사가 청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요청한 ‘채권매수청구권’이라는 것은 법적 절차인 워크아웃에서 적용되는 것이고 자율협약에도 가능한 지 여부는 확실치 않아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이 직접 국민은행 경영진을 만나 설득하는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해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10월 초 개최된 채권단 실무자회의에서 이미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인정하고 일반적인 처리방안까지 제시했다”며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주요 채권단이 지원할 경우 반대매수청구가 기업회생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9월 자율협약 형태로 성동조선해양을 관리하고 있는 채권단이 업체에 우선 지원하기로 의결한 돈 2500억원 중 600억원을 내지 않았다.
처음에 국민은행은 “회사를 어떻게 정상화할 지 정하지도 않았는데 돈부터 내는 방안은 내부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발뺌했다.국민은행의 채권지분율이 7.63%에 불과해 수출입은행(47.40%) 무역보험공사(18.80%) 우리은행(15.69%) 등의 채권단은 국민은행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차로 급한 돈 2500억원을 성동에 지원하는 안을 의결했다.
문제는 며칠 뒤 국민은행이 ‘반대채권자의 채권매수청구권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나머지 채권단에 보내면서 불거졌다.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기업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회사의 채권단의 의결내용에 반대할 경우 1주일 내로 채권매수청구권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성동조선해양을 지금 청산하는 것이 더 낫다’는 쪽에 표를 던진 것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다른 채권단은 회사를 살리려고 하는데 국민은행만 혼자서 내 몫을 먼저 챙겨갈 테니 내놓으라고 요구한 셈”이라며 “나머지 채권단은 졸지에 국민은행처럼 돈을 제 때 챙겨가지 못하는 바보가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은행은 수출입은행이나 우리은행처럼 성동조선해양에 대규모 대출을 해 준 적이 없다.성동조선해양에 환헤지 파생상품을 팔았는데,금융위기 후 환율이 예상범위 밖으로 크게 올라 성동이 2565억원을 갚지 못하자 채권자가 된 경우다.국민은행이 성동에 지원한 선수금지급보증(RG)은 984억원,대출은 20억원으로 채권 비율이 낮은 농협(5.52%)보다도 금액이 적다.기업활동에 대한 지원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국민은행의 ‘청개구리’ 노릇은 다른 채권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한 곳이라도 먼저 돈을 챙겨 나가는 채권 금융회사가 생기면 다른 금융회사 담당자들에게도 ‘빨리 빠져나오라’는 경영진의 압력이 생기는 까닭이다.채권단 관계자는 “당장 담보물건이 확실한 지방은행들이 회사를 지금 청산하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 분열이 생기면 성동조선해양 정상화는 어렵다.지난 10월 중순까지 회계법인 삼정KPMG가 실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은 2015년까지 아무리 적어도 1조원 이상을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딜로이트안진이 재실사한 결과도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대규모 추가 지원을 위해서는 채권단 대다수의 동의가 필수적이지만,국민은행을 비롯한 반대파의 채권비율이 25%를 넘을 경우 이대로 회사가 청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요청한 ‘채권매수청구권’이라는 것은 법적 절차인 워크아웃에서 적용되는 것이고 자율협약에도 가능한 지 여부는 확실치 않아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이 직접 국민은행 경영진을 만나 설득하는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해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10월 초 개최된 채권단 실무자회의에서 이미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인정하고 일반적인 처리방안까지 제시했다”며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주요 채권단이 지원할 경우 반대매수청구가 기업회생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