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전시회 'CES 2012'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구글TV'를 내놓는다.

블룸버그통신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현재 구글 TV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초 CES 2012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구글 TV는 구글이 스마트폰 · 태블릿PC용으로 개발한 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TV다. 구글의 TV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으며 동영상 웹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방대한 양의 동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글은 지난해 소니 로지텍과 손잡고 구글TV를 내놨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유저인터페이스(UI)가 불편하고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달 말 UI를 개선한 '구글 TV 2.0'을 공개하면서 MTV ESPN CNN 등과 제휴를 맺고 유튜브를 통해 100여개의 실시간 방송 채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체적으로 스마트TV용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모토로라를 통해서는 태블릿PC 형태의 전용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 LG의 첨단 기술력을 통해 선보이는 새 TV는 하드웨어나 콘텐츠 측면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지난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극비리에 만났다는 점도 LG전자와 구글의 TV 분야 협력을 뒷받침한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구 부회장과 주요 사업부 본부장들이 모두 7일 슈미트 회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당초 휴대폰 사업을 맡고 있는 박종석 MC사업본부장(부사장)만이 슈미트 회장과 1시간가량 면담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구 부회장뿐만 아니라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 · 사장)와 TV사업을 맡고 있는 권희원 HE사업본부장(사장) 등이 모두 배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취약한 콘텐츠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마트TV 사업의 독자성이 다소 훼손되더라도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OS 기반 제품 개발이 늦어지면서 고전하고 있다. TV사업 부문이 이런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