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 자원부국에 한국기업 진출 도왔죠"
"한국 기업들의 아제르바이잔 진출에 도움을 줬더니 위키리크스에 이름이 나왔어요. "

김용석 국토해양부 대중교통과장(45 · 사진)은 2006년 9월 경제참사관으로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파견됐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아제르바이잔어를 배우는 데 몰두했다.

"영어만 갖고 현지인들과 친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어요. 대학 교수를 주3일 한 시간씩 집으로 초청해 말을 배웠습니다. 3년이 지나면서 말문이 트이더군요. 아제르바이잔어로 대화하다 보니 '특별한 외교관' 대접을 받았지요. "

주재관 임기는 통상 3년이지만 김 과장은 현지인과 한국 기업의 요청으로 5년을 머물렀다. 그가 아제르바이잔에 첫발을 디뎠을 때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없었다. 그는 '건설사 등 한국 업체들이 올 수 있게 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마음먹고 현지를 누볐다.

2006년 12월 바쿠시로부터 교통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을 의뢰받아 SK C&C를 연결해줬다. 2년여간 지사장 역할을 하면서 한국형 교통관리시스템(ITS) 해외 첫 수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아제르바이잔에서 한국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사업을 수주한 것도 그의 공이다.

김 과장은 현지 정보통이자 국내 기업들의 도우미였다. 정부 기업 등 한국에서 매일 오는 20~30통의 이메일을 체크하고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거나 협의 내용을 답신하는 게 주요 일과였다. 아제르바이잔을 찾는 연 150팀 정도의 기업체 인사들이 모스크바를 거쳐 새벽 3시에 도착하면 마중 나가는 것도 그의 업무 중 하나였다. 현지에 골프장 등 레저시설이 마땅치 않아 한국 기업인 30여명을 모아 테니스 클럽도 만들었다.

그의 활약상을 전해들은 미국 외교관이 2008년 5월 한국대사관을 찾았다. "현지 언론에 한국 기업 수주 기사가 나오니까 비결을 물어보려고 왔더군요. 비즈니스 환경과 한국 기업들의 노력을 설명했는데,그 내용을 외교 기밀문서로 작성했나봐요. 지난 8월 공개된 위키리크스에 제 이름이 거론됐더군요. "

김 과장은 해외 공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공무원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후배 공무원들에게 알리고 싶어 《카스피해 자원부국 아제르바이잔》(애드코아)이라는 책을 냈다.

대사관 개설부터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까지 경제 · 외교 현장에서 체험한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그는 "향후 중동을 대체할 만한 성장 잠재력과 자원을 가진 코카서스 지역과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관문인 아제르바이잔을 알면 비즈니스 기회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