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ㆍ아일랜드 '7% 진입' 한 달 안돼 구제금융
국제 금융시장에서 9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빠른 속도로 급등했다. 전날 연 6.77%였던 10년물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현지시간 오전 10시10분 연 7.03%를 기록, '심리적 저지선'이라는 연 7%대가 깨졌다. 오전 10시30분부터는 금리가 연 7.41% 정도로 올라섰다. 하루 만의 국채 금리 상승폭치고는 이례적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국채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7%를 넘어선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성립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그리스는 국채금리가 연 7%를 넘은 지 17일 만에,아일랜드는 22일 만에 각각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포르투갈도 국채금리가 연 7%대에 진입한 지 91일 만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이탈리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라는 패닉이 번지면서 국채 투매에 나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퇴 소식도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드러났다. 사이먼 스미스 에프엑스프로 이코노미스트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긴축안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럽 최대 선물 거래 청산업체인 LCH클리어넷이 이날 이탈리아 국채 거래 증거금을 보유액의 6.65%에서 11.65%로 인상한 것도 악재였다. 증거금이 오르면 국채를 보유했던 투자자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국채를 파는 게 일반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도 LCH클리어넷이 증거금을 올린 직후 구제금융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이날 유럽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탈리아 증시는 장중 4% 이상 떨어졌다.

이탈리아가 사실상 구제금융 신청수순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오후 국채시장에 긴급 개입했다. ECB 개입 이후 금리는 다소 안정됐다. 영국과 독일 언론들은 국채 트레이더 발언을 인용,"ECB가 공격적으로 이탈리아 국채를 상당량 매입했다"며 "2년물 단기채는 금리가 급등했음에도 전혀 손을 대지 않았고 10년 이상 장기채만 집중적으로 샀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국채를 많이 갖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위기전염 가능성도 커졌다. 이날 독일과 프랑스 국채 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인 1.48%포인트로 벌어졌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