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공조 실패…"재정위기 다음 희생자는 이탈리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재정 확대 방안 마련에 실패하자 국제금융시장에 불안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할 뚜렷한 정책 공조 방안을 내놓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채 금리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재정위기의 다음번 희생자는 이탈리아"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에선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여야 간 물밑 협상이 한창이다. 유럽 주요 은행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에 들어갔다.

◆부각된 이탈리아 위기

G20 공조 실패…"재정위기 다음 희생자는 이탈리아"
당초 지난달 27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와 지난주 G20 정상회의는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 우려를 잠재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비유로존 국가들의 반대로 IMF 재정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G20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한 발언이었다. 그는 "IMF가 이탈리아 '재정위기 예방용'으로 저금리 대출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이탈리아는 레스토랑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고,항공권과 호텔 예약도 예년처럼 만원 상태"라며 "이탈리아에선 위기를 느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증시는 하락했고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0년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장중 6.43%까지 뛰었다.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통해 지원에 나섰던 유럽중앙은행(ECB)도 경고장을 날렸다. 이브 메르시 ECB 정책이사는 "ECB는 언제든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재정위기 예방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채 금리가 6.3%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경계감이 확산됐다. 과거 그리스와 아일랜드,포르투갈 등도 국채 금리가 6.3%를 넘어선 뒤 금융시장 통제력을 상실했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IMF에 대한 구제금융 신청으로 이어졌다. 이탈리아도 유사한 길을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거국내각 협상 시작한 그리스

'구제금융안 국민투표' 해프닝이 벌어졌던 그리스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새벽(현지시간) 그리스 의회에선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재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국민투표 해프닝으로 지도력에 손상을 입은 파판드레우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제1야당인 신민주당이 거국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긍정적이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주당 총재는 6일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파판드레우 총리가 물러난다면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2차 구제금융안 비준을 목표로 하는 거국내각이 구성되면 사퇴할 뜻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현지 언론들은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여야 간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야당은 여전히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거국내각의 생명을 4개월로 하고 총선은 내년 3월께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사마라스 총재는 오는 12월 총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불안한 은행들

재정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될 유럽 은행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올해 3분기 투자은행 부문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 급감하자 관련 사업부문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독일 코메르츠방크도 8억유로 규모 그리스 국채를 손실처리한 데 이어 독일 이외 지역에서 신규대출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한편 IMF 자금을 끌어들여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대하겠다는 유럽의 계획도 암초를 만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IMF는 개별 국가에 지원하지 유럽기금 같은 법인에는 규정상 지원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